5G는 이론상 20Gbps에 달하는 속도, 1ms에 불과한 지연 시간, 100만 개에 이르는 장치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실시간 정밀 제어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이 기대됐으나, 상용화 2주년이 가까운 현시점에도 구체적인 5G B2B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5G 역량과 권한을 보유한 이동통신 기업(MNO)이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 최적화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설 5G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설 5G, 공용 5G보다 B2B 서비스에 적합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등 기본 5G 특성에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주요 기능 사용도 가능
5세대 이동통신 기술(5G)은 이론상 △초고속(최대 20Gbps), △초저지연(최대 1ms), △초연결(최대 100만 개의 연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여, 실시간 정밀 제어가 필요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 활용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나 이동통신(Mobile Network Operator; MNO) 기업이 5G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법 또한 그들을 대상으로 제정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기관·기업이 자사에 적합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통제가 쉬운 5G 서비스와 커버리지를 구축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 사설 5G는 공용 5G보다 수요 주체의 최적화가 수월하다
[사진=픽사베이]
대안으로 ‘사설(Private) 5G’가 떠오르고 있다. 사설 5G는 특정 구역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안전한 통신을 보장하는 5G 기반 LAN(Local Area Network)으로, 사설 무선 망(Private Wireless Network)의 일종이다.
특정 주체가 5G 망을 직접 구축하거나 MNO 설비를 이용해 자신들만 사용하는 배타적 목적의 사설 망으로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며,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MNO들의 ‘공용(Public) 5G’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 공용 5G와 유사한 사설 5G 구성 요소
사설 5G는 ‘지역(local) 5G’, ‘5G LAN’, ‘기업용(Enterprise) 5G’, ‘비공용(Non-public) 5G’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사설 5G는 공용 5G와 마찬가지로 △주파수, △무선 접속 망(Radio Access Network; RAN), △백홀(Backhaul), △코어 망(Core Network)으로 구성된다.
주파수는 각종 기기와 설비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설 5G 운용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국가로부터 할당받아 사용하는 면허 대역을 이용하거나, 이용은 자유롭지만 여러 이용자와 대역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비면허 대역을 이용할 수도 있다.
RAN은 기기나 설비가 사설 5G에 접속할 수 있도록 주파수를 통해 다른 기기나 설비와 연결되는 망으로, 기지국 및 중계기 등이 해당한다. RAN은 사설 5G 구성 시 커버리지 면적에 따라 투자비 및 운용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설 5G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코어 망은 사설 5G 커버리지 구역 내 혹은 외부망으로부터의 신호를 교환 및 전송해 주는 역할을 하며, 백홀은 이러한 코어망과 RAN을 연결하기 위한 설비를 의미한다.
◇ 망 소유 주체의 관리가 가능한 사설 5G
사설 5G는 특정 구역에서 망을 구성하는 LAN과 같은 기능을 하나,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먼저 유선 기반의 이더넷 장비를 도입하지 않고도 많은 소형 장치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가 있어 망과 연결할 설비의 배치가 자유롭다.
공용 5G와 같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서비스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정밀 제어와 방대한 자료 전송 또한 가능하다.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로 용도에 맞는 다양한 논리적 망을 생성할 수도 있다.
사설 5G 프로비저닝(Provisioning)을 망 소유 주체가 수행하기 때문에 망 및 보안 정책, 다양한 리소스 할당, 트래픽 처리 우선순위 등을 자체적으로 결정해 운용할 수도 있다.
외부 망과 분리된 사설 5G는 공용 5G에 장애가 발생해도 가동할 수 있으며, 사설 5G에 장애가 발생하면 공용 5G로의 우회 접속을 통해 이를 최소화할 수가 있다. 앞서 언급한 자체 보안 정책과 데이터 로컬 저장으로 데이터 보호에도 유리하다.
◇ MNO 개입 정도에 따라 구분되는 사설 5G 구축 수준
제조 산업 등에 5G 도입을 가속하기 위해 발족한 5G-ACIA(5G Alliance for Connected Industries and Automation)는 사설 5G를 망 자체 구축 수준과 MNO와의 공유 정도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독립형 전개 모델(Deployment as Isolated Network)’이다. 공용 망과 독립적인 5G 기지국과 5G 핵심 설비(게이트웨이, 이용자 DB 등)를 자체 구축하는 형태로, 사설 5G가 커버하는 지리적 범위 내 모든 5G 기능을 공용 5G와 분리된 상태에서 자체 제공하게 된다. 공용 5G와의 연동을 위한 MNO와의 로밍(roaming) 협정만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무선 접속 망 공유 모델(Deployment with Shared RAN)’이다. 사설 5G RAN 장비를 공용 5G를 운용하는 MNO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설 5G 이용자만 접근 가능한 기지국을 추가 구성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때 공유하는 RAN 장비는 대부분 MNO가 구축한 장비로, 나머지 망 요소를 사설 5G 운영자가 자체 구축해서 운용하게 된다.
독립형 전개 모델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식별 체계(번호체계)가 필요하며, 공용 5G와의 연동을 위한 로밍 협정은 일반적으로 RAN을 공유하는 MNO와 체결한다.
세 번째는 ‘무선 접속 망 및 제어부 공유 모델(Deployment with Shared RAN & Control Plane)이다. RAN과 망 제어부를 MNO와 공유하여 사설 5G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사설 5G 운영자는 특정 구역 내 게이트웨이와 서비스 플랫폼만 자체 구축하게 된다. 가입자 DB는 MNO의 DB에 함께 저장되어 가입자를 식별하므로, MNO와 가입자 DB 공유 협정이 필수다.
해당 모델은 MNO가 실질적인 네트워크의 제어를 수행하기 때문에 사설 5G 운용자의 독립적 운영권이나 통제권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하여 단일 물리 망을 2개의 논리적 네트워크(공용 5G와 사설 5G)로 분리하여 전개된다.
네 번째는 ’이동통신 기업 호스팅 방식(NPN Deployed by Public Network)‘으로, 사설 5G 운용 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5G 트래픽을 외부 공용 5G 사업자에 전송하고, 사설 5G 트래픽은 사설 5G 운용자에 보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특정 기관과 기업이 MNO을 통해 5G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없다.
◇ 정답은 없지만 선택지는 빨리 준비해야
독일 연방통신청(Bundesnetzagentur; BNetzA)은 MNO가 할당받은 2GHz 및 3.6GHz 대역을 이용한 5G 서비스 이외에 수요자 필요에 따라 지역 단위로 5G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면허제를 도입했고, 2019년 11월부터 신청을 받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신속히 이뤄진 사설 5G 전용 주파수 분배로 독일 산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지멘스, 보쉬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사설 5G 도입이 활발하다. 도이치 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등 MNO들도 새로 열린 사설 5G 시장에 뛰어들었고, BASF, 이고(e.Go), 루프트한자 항공 등을 고객사로 유치했다. 영국과 일본도 규제 당국에 의해 사설 5G 법안이 마련된 상태다.
5G는 이전 세대 기술보다 고용량 데이터를 보다 실시간에 가깝게 전송할 수 있어 산업 혁신과 지능화를 도모할 잠재력이 있다. 사설 5G는 여전한 5G 커버리지 부족과 5G B2B 서비스 도입 지연 문제를 해결할 열쇠다. 우리나라는 공용 5G 상용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랐으나, 올해 1월이 돼서야 ‘5G 특화망 정책 방안’을 확정하며 사설 5G 구축에 나섰다. 그마저도 28GHz 대역에 한정됐다.
물론 실제 산업현장에서 공용/사설 5G 중 무엇이 더 적합하냐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필요한 망 기능과 활용 장소가 일반적이면 공용 5G가 적합할 것이며, 다양한 망 기능이 필요하고 활용 장소가 특이하다면 사설 5G가 적합할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5G 역량을 보유한 이통 3사와 5G 특화 서비스 개발에 유리한 수요기업 간의 기술 교류가 필요한 때이며, 두 집단의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신속한 주파수 제공 및 구획 확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