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의사와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의 진단 처방을 놓고 환자가 왓슨을 선택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한 미디어는 마치 인공지능의 ‘승리’처럼 보도했다.
이에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의 이언 단장(신경외과 교수)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인공지능이 넘어야 할 강은 인간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환자가 왓슨의 치료법을 따르겠다고 마음을 바꾼 사실은 보통의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천대병원 이언 박사, 왓슨 치료법 선택한 일은 ‘중요한 사건’
환자도 왓슨 치료법 리포트 받는 ‘문화적 충격’ 경험하게 돼
인간 의사와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의 진단 처방을 놓고 환자가 왓슨을 선택했다면?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한 미디어는 마치 인공지능의 ‘승리’처럼 보도했다.
이에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의 이언 단장(신경외과 교수)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인공지능이 넘어야 할 강은 인간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환자가 왓슨의 치료법을 따르겠다고 마음을 바꾼 사실은 보통의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왓슨을 도입, 실제 진료에 도입하면서 뜨거운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이미 그에 앞서 3월에 인공지능(알파고)과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치가 높아진 터였다. 이언 단장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다는 점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사건’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의 관계자가 인공지능 기반 왓슨 플랫폼에 환자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공 지능의 처방에 있어, 환자의 선택에는 제한이 있다. 길병원의 사례처럼, 환자가 선택한 인공지능의 처방이 의사의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에 한한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의 처방이 너무 엉뚱하거나 의사의 진단과 많이 다르다면 최종 결정은 의사가 한다. 의사는 왓슨의 판단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 환자에 대한 치료 방법의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환자도 인공지능을 만나면서 기존과는 다른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과거에는 일방 통행식으로 의사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법을 권하면 끝이었지만, 이제 환자는 왓슨에게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진료 처방을 놓고 의사와 환자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의사가 더 열심히 연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인공지능 시대의 또 다른 풍경이다.
길병원의 이언 단장은 왓슨을 도입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중요한 사건과 충격’을 받으며 인공지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험은 아직 일천하지만 인간의 신뢰를 쌓기 시작한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 이 단장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의사는 시키는대로 바둑알을 놓는 알파고의 아자황이 아니다.”
MSKCC(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훈련을 받은 IBM의 왓슨은 그 결과를 2014미국 암학회에 발표했고 이를 접한 이언 박사는 병원에 도입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진단 프로그램을 받아 들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단장의 말처럼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무엇보다 병원의 최고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은 ‘문화가 바뀌는 문제’, ‘게임의 룰’이 바뀌는 문제의 차원이라서 의사들의 저항이 엄청나게 강했다. 먼저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이해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내 자신이 알아야 했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IBM에 가서 따로 공부해야 했다”고 지난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의외의 사건으로 급진전됐다.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온국민이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확 넓어진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왓슨의 도입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인간을 진료하는데 컴퓨터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가졌고, 그 벽은 쉽사리 깨질 것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인공지능 시대가 앞당겨지면 의사도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의 한편의 불안감도 작용했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의 이언 단장(신경외과 교수)
이에 이 단장은 단호하게 "의사가 알파고의 아자황 박사처럼 시키는 대로 바둑알을 놓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의사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필요하게 된 시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터나 의학 지식이 한 사람의 의사가 감당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일컫는다. 정밀 의료를 하자는 시대에 개인에 포커스를 맞춰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3분 진료하는 시대에 어떻게 수많은 정보를 참고해서 판단을 내리겠냐는 것이다. 이 단장은 결국,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과 기계의 경쟁이 아닌 인공지능 이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의 대결”
“인간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맡기고, 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에게 맡기자는 얘기다. 인간과 컴퓨터가 콜라보해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이 엄청난 세상의 일(정보를 처리하는 것)것을 감당해내자는 것이지 인간과 기계가 '경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굳이 경쟁이라면 인공지능과 협력하며 이를 잘 다루는 의사와 그렇지 않는 의사와의 대결이다.”
이처럼 기존 의사들의 고정관념과 싸워 온 이 단장은 이제 규제와 법률 앞에서 또 다른 벽을 실감하고 있다. 왓슨의 진료 처방을 위해 프로그램에 환자의 인적 사항, 조직 검사 결과, 수술 여부, 항암치료, 전이가 있는지 없는지의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면 연결된 IBM의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결과를 얻는다. 이렇게 차트를 통째로 읽게 만들지 않고 데이터를 하나 하나씩 입력하는 이유는 현행 규제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두 규제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필요한 데이터만 입력해서 보내라는 말이다. 지난해 말에 조금 규제가 풀리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클라우드에서 차트를 그대로 읽히게 하는 방식에 대해 정부의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사업환경 개선, 비용 절감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에 ‘고객 개인정보의 해외 정보시스템에 보관 시 개인정보 사전동의를 필수’라는 입장에서 이를 개선하여 ‘고객 개인정보를 해외 정보시스템에 보관만 할 경우,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사전에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함으로써 개인 정보 사전동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그래도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최근의 추세에 따라 규제를 풀어가려는 정부의 분위기에 이 단장은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4차 산업혁명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데이터 기반한 왓슨의 한국형 만들 것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은 암진료를 넘어 고혈압 당뇨 난치성 신경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정부주도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 9대 중점과제인 정밀의학과 인공지능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건겅보험 심사평가원과 건겅보험공단이 보유하고있는 빅데이터, 생애주기데이터를 연계할 계획인길병원은 향후에는 축적된 한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형 왓슨을 그려보고 있다. IBM과 협의해봐야겠지만 한국인의 데이터가 들어간 인공지능을 따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다.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당장 길병원이 소위 말하는 서울의 빅4 병원을 앞서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의사들의 편견과 불안감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하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언 단장의 말은 의미 심장하다.
“인공지능 왓슨을 통해 최고의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암은 빅4 병원에 환자의 70%가, 의료비의 90%가 몰린다. 의료의 양극화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빅4 안에서도 환자가 몰리는 의사가 또 있다. 이들 의사가 보는 환자가 하루에 몇 백 명인데 과연 얼마나 정밀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겠는가. 일종의 의료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전국에 높은 수준의 표준화가 이뤄줘야 불필요한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왓슨 도입한 길병원에 많이 하는 질문 Best 6
Q1 소위 말하는 빅4 병원보다 먼저 길병원이 도입한 이유는?
흔히 말하는 빅4 병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형 대학병원과 재벌 브랜드 병원을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환자를 많이 보고 홍보에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이유는 그런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신뢰가 밑바탕에 있다. 이로인해 생기는 문제가 많다. 그러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게임의 판’을 흔들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우리는 그 정도로 절실하고 빅4는 우리만큼 절실하지 않은 차이다. 인공지능으로 암을 잘 보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를 잘 잡았다고 본다. 이런 기회는 몇 십 년에 한번 오는 것이고 지금 딱 맞아 떨어졌다.
Q2 왓슨 도입에 반대는 없었나.
반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치열하게 토론했다. 최고 결정권자 앞에서 난상토론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결국 하기로 했다. 의사들도 (인공지능 도입의 시대의 추세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사람들은 총론은 찬성인데 결국 자기의 이해관계에 겹치는 게 많다. 특히 기득권층은 판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공지능 도입 후에는 의사들 태도가 달라졌다. 인공지능을 의식해서 인지 환자 진료 준비를 잘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환자에게 좋은 일이다.
Q3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물어볼 것도 없다. 의사가 책임진다. 최근 도로에서 역주행한 사람이 내비게이션 탓을 했는데, 그렇다고 내비게이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환자의 치료를 책임지는 주체는 의사다.
Q4 왓슨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인데, 한국인에 바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 없나.
답답한 얘기다. 의료는 개개인에 맞춰가는 추세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따르는 것은 없어진 지 오래다. 개인 맞춤형이 존재할 뿐이다. 애초에 데이터베이스가 그런 기반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유전체 정보가 깔려 있다고 본다. 다만 한가지 식습관이 걸린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준비하는 것이 로컬리제이션이다. 최소한 동아시사에 맞는 로컬리제이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의사의 의견, 왓슨 오리지널의 의견, 왓슨 로컬리제이션의 의견을 비교할 수 있다.
Q5 왓슨은 의료기기인가 아닌가.
비의료기기라는 주장은 진단을 보조하는 도구에 불과하고 환자가 아닌 병원내부에서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데이터 사용범위가 유동적이고 업데이트도 많아 획일적 지정의 어려움을 말한다. 의료기기라는 주장은 환자 정보를 사용하는 만큼 건강에 큰 영향을 주고 안정성, 유효성, 신뢰성 검증을 포함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이 있고 일반인 혹은 병원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외한 환자 진료 목적은 의기기로 지정되어야 하며 의료기기로 지정될 경우, 수가에 반영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왓슨이 보다 발전된 의학교과서의 개념으로, 평소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내림에 있어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즉, 의료기기나 장비가 아닌 만큼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의료신기술 등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만큼 의료법상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차트를 그대로 랜더링해서 읽는 것, 이미지를 그대로 데이터로 넣는 것. 유전체 데이터를 넣는 것은 의료기기에 포함된다는 것이 아직까지 정부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의사의 진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딜레마에 빠진 것은 이것이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이다. 계속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되는데 그러면 실시간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러한 규제를 풀지 못하면 인공지능, 4차 산업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Q6 신의 한 수가 존재하는가.
신의 한 수가 과연 가능한가. 신의 한 수가 나올 수 있다. 신의 한수든 뭐든 간에 마지막으로 인간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다. 암세포 진화 과정을 보면 다윈의 종들이 진화해 가는 모습과 같다. 암세포도 진화한다. 암세포가 다른 데로 가면 완전히 다른 암이 된다. 암을 치료해서 일시적 효과를 보면 그 사이에 암은 다르게 대응한다. 이때마다 인간이 모두 대응하지 못한다. 암과 인간도 체스나 바둑 게임과 같다. 이제까지는 그게 어려웠지만, 드디어 왓슨이 좋은 코치, 용병이되어 암이 어떻게 전이될지 미리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