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확진자 급증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IT 기술 및 제품이 코로나19 차단이나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나 집단활동 및 인력 이동 제한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IT 기술을 현실에 맞게 고도화하고 새로 등장할 서비스에 미리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늘고 주가 폭락 예고
광통신·5G·스마트폰·랩톱·TV 타격 불가피
업계, 신기술 고도화 및 신서비스 적응 필요
“2주 만에 회사로 출근했네요.”
모 IT 업체 관계자와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COVID-19)가 한국에도 전파되며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는 직장 내 감염을 막고 업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지만, 때에 따라선 빠른 의사결정을 도출하기 어렵게 만든다. 2일에는 카카오톡 전송 오류가 발생하며 재택근무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구급차를 소독하는 소방대원 (사진=최광모)
재택근무 증가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경제적 여파는 간접적이다. 하지만 업무형태 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거나 사업상 중국과 밀접한 기업은 이번 사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붉은 위험 신호를 우리 경제에 비추고 있다.
전자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례처럼 종업원이 코로나19에 감염이 돼서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다. 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이 강화된 국가별 입출국절차로 인재이동이 지연되면서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다.
英 파이낸셜타임스는 2월, 중국 GDP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 및 거리를 고려했을 때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취했다. 31번 확진자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급속도로 증가하여 7천 명을 넘었는데, 검진자 수 역시 20만을 넘었다. 이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높은 숫자다.
3월 전만 하더라도 동아시아만의 문제로 여겨졌던 코로나19 사태는 이탈리아, 이란, 그리고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美 CNN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언하기 전에 미리 이번 사태를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의 증시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제 정말 우려해야 할 상황이 닥쳤다. 코로나19가 끼치는 영향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커지면서 지난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1/4분기에 벌어지고 있다.
대형 박람회 줄줄이 취소, 신제품 발표에 차질
코로나19는 침방울로 전염된다. 이에 따라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꺼리게 되면서 전국 초중고 개학은 한 달가량 늦춰졌고, 종교 행사나 집회도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면대면 수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대형 박람회는 줄줄이 취소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에선 2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열릴 예정이었던 반도체 장비 박람회인 세미콘 코리아 2020이 개최되지 않았다.
해외에선 통신 기기 및 장비 박람회인 MWC 2020이 개최를 강행하다 결국 행사를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전미소비자협회(CTA)는 오는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었던 CES 아시아 2020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들
다양한 IT 기술과 제품이 코로나19 전파 차단과 방역, 치료에 이용되고 있지만, 이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화된 시설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으나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각 IT 산업들이 코로나19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2월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자동화된 시설에서 받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분야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산업은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어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다. 다만 중국 반도체 제조 현장 노동자의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현장 노동력 부족이 야기되어 단기 가동율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IC 설계 부문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와 검증 환경을 확장하고 있어 재택근무 여건이 마련된 파운드리는 문제가 없다.
메모리 제품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 삼성 시안 팹, SK하이닉스 우시 팹이나 YMTC, CXMT, JHICC와 같은 중국 기반 DRAM 및 낸드 플래시 생산 기지의 제조 운영은 인력에 대한 요구가 매우 낮은 자동화가 이뤄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설날 이전 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 부족 사태도 피할 듯한 데다, 국가 특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검역 중인 경우에도 중국 전역에 제품 배송까지 문제는 없다. 수요 측면에서도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다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는 최대 생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백엔드 모듈 제조사와 다운스트림 브랜드 및 ODM 제조사는 제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중국 각 도시의 제조업체들은 2월 10일 작업 재개를 계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지 않으면서 재개 시기는 조금씩 늦춰졌고, 이동 제한으로 인해 물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TV 패널의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되나, 모니터와 노트북 패널은 가격 불확실성에 빠질 것으로 보여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광통신 산업은 이미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5G 기지국 연결에 필요한 광섬유를 생산하는 YOFC, 엑셀링크(Accelink) 본사가 우한에 있어 당분간 관련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한의 광섬유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LTE의 두 배로 추정되는 5G 광섬유 유료를 충족하는 데 충분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oT 분야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화웨이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하고 있으나 우한에 연구소를 둔 샤오미나 미디어텍의 운영이 중단되어 신제품 출시는 지연되고 있다. 또한, 비디오 감시 장비 업체인 하이크비전과 다화기술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인 온도계 제조로 공정을 전환하는 등 이들 업체가 정상 가동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5G 산업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5G 인프라 구축 및 애플리케이션 구매 계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 통신 입찰이 연기됐다. 또한, PCB 및 광섬유와 같은 5G 기지국의 주요 구성 요소 공급 업체는 대부분 우한이나 후베이성 다른 지역에 있어 5G 장비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산업은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스마트 워치 및 블루투스 이어폰 등 제품 조립은 주로 광동성, 장쑤성 및 저장성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춘절 휴일이 끝나는 2월 중순 작업 재개 날짜가 예정되어 있으나 노동력과 자재 부족으로 출시 지연이 발생해 1분기 생산량이 감소 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성수기 시즌은 하반기여서 세계 시장 선도 제품에 미칠 영향은 커 보이지 않다. 하지만 중국 내수용 제품의 경우 세계 시장용 제품생산에 밀릴 가능성이 있어 상반기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 공정은 노동집약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는 노동집약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코로나19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패시브 구성 요소 및 카메라 모듈을 포함한 업스트림 공급망의 부품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2분기도 스마트폰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문제로 인해 소비자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 2020년 스마트폰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해 2016년 이후 최저 생산량을 기록할 수도 있다.
노트북, LCD 모니터 및 LCD TV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노동력을 비롯한 모든 유형의 자재와 구성 요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 생산성이 급감할 것이다. TV와 모니터의 제조 공정 및 자재 수요는 비슷하여 두 산업 모두 출하량은 감소할 것이다. 노트북의 자재 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힌지(hinge) 및 PCB가 이미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 일부 브랜드의 노트북 출하량이 매우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더하는 IT 업계
중국 IT 업계는 코로나19 발병에 대응하여 자사의 역량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모바일 및 화웨이, ZTE 등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역에 5G 상용망을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레노버는 현지 시설에 필요한 컴퓨팅 장비를 공급했다.
알리바바는 연구 기관에 백신 및 신약 개발을 위한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하이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조사를 위해 각 세대에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지 않고 AI 음성 비서를 이용해 심사를 진행했으며, 자율로봇과 드론을 방역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솔루션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어레이네트웍스는 재택근무를 준비하는 기업들에 원격 보안 액세스 게이트웨이 솔루션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디에스랩글로벌은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시행한 흉부 CT가 감염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는데 유용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폐렴 AI 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협의체인 파스-타 얼라이언스(KT, NBP, NHN, 코스콤)와 협력하여 클라우드 자원을 기부하고 있다. 코로나맵, 코로나닥터 등 일반인들이 직접 개발하고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지원환경이 없어 개인적인 부담이 크다.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제공되는 클라우드는 앱과 웹서비스의 개발을 지원하는 파스-타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과 네트워크 접속 폭주에도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클라우드 인프라다.
신기술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거나 활용이 요구되고 있으며, 야외 및 집단활동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재택근무, 배달문화, 원격교육 등의 활성화 등 새로운 생활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IT 기업들은 이러한 추세에 맞게 신기술을 현실에 맞게 고도화하고 새로 등장할 서비스에 미리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호흡기 증상이나 코로나19 증상 의심 시에는 관할 보건소 또는 1339콜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은 후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