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 미국 제재에 따른 화웨이 리스크 확대, 오포-비보-리얼미 등 BBK 계열 중국 업체들의 약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5G 스마트폰 경쟁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매각 가시화
화웨이 폰 출하량 41% 급감에 BBK 약진
삼성전자-애플, 본격적인 5G 경쟁 전개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 미국 제재에 따른 화웨이 리스크 확대, 오포-비보-리얼미 등 BBK 계열 중국 업체들의 약진,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5G 스마트폰 경쟁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영욕의 세월 끝내려는 LG전자 MC 사업본부
지난 1월 20일 오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본부의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몇몇 언론을 통해 흘렀다. 오후가 되자 LG전자 최고경영자(CEO) 권봉석 사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매각 가능성을 인정했다.
2000년대 초중반,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의 피처폰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LG전자였으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 대비 비교적 늦게 진입하면서 오늘날까지 열세를 보였다.
LG전자 MC 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속 적자행진에도 LG전자는 2019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제조업체개발생산(ODM) 비율을 높이는 등 사업 구조 개선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화웨이, 샤오미 등에 밀려 고전했다. 지난해 일명 매스 프리미엄 폰인 ‘LG 벨벳’을 선보이면서 라인업에 변화를 꾀하고, ‘T’자 형태의 듀얼 스크린 폰인 ‘LG 윙’ 등의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을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 업계에선 LG가 사업부 매각 전 몸값을 띄우려 CES 2021에서
롤러블 폰을 공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CES 2021에서 짧게 공개한 ‘LG 롤러블’ 폰을 이르면 올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중에 출시할 계획이지만, 이후 다른 전략폰 개발은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MC 사업본부 분할매각, 대폭적인 사업 축소, 타 사업본부와 병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대두됐다. 현재 미국 구글, 독일 폭스바겐, 베트남 빈스마트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41% 급감, BBK 약진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화웨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30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중국 내 경쟁사인 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 밀려 세계 1위에서 6위 업체로 추락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안드로이드 OS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물론, 미국 기술로 생산한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월, 화웨이는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를 선전시가 운영하는 즈신 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Zhixin New Information Technology)에 매각하는 등 사업재편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에서 6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미지=e4ds 뉴스]
일각에선 화웨이가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인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화웨이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한편,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부부가오(步步高; BBK) 그룹 산하 3개 스마트폰 회사의 2020년 출하량(2억6,270만 대)은 삼성전자(2억5,570만 대)를 넘어서며 약진했다.
오포와 비보는 화웨이와 샤오미의 틈새시장을 노려 중국 지방 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오포가 여성을 대상으로 중저가 시장을, 비보가 남성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이원화 전략을 구사했고, 오늘날의 성과를 거뒀다.
3사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능, 화면 아래 전면 카메라를 배치하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을 선제적으로 채택하는 등 기술력을 빠르게 높여가며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애플을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애플, 5G 스마트폰 시장 1위 경쟁 치열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2억 5,570만 대, 시장 점유율 19%로 1위를 수성했으나 하반기 애플의 거센 추격으로 근소한 격차를 유지했다.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9년(2억9,690만 대) 대비 14% 줄어 시장 점유율 19%에 그쳤지만, 애플은 3% 증가하며 15%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제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4%P에 불과한 상황이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 심화, 애플의 5G 스마트폰 출시와 흥행 등이 삼성전자의 1위 자리를 위협하면서 선두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2021회계연도 1분기(2020년 10~12월) 아이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656억 달러(약 73조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역대 최대치로 애플 매출의 59%를 차지했다.
▲ 싱가포르에서 열린 갤럭시 S21 출시행사에 참석한
현지 기자가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시리즈를 한국을 포함한 북미, 유럽, 동남아, 인도 등 전 세계 60개국에 1개월 정도 조기 출시하며 ‘아이폰 12’ 시리즈 견제에 나섰다. 또한, ‘갤럭시 Z 플립’ 라인업을 강화하여 보급형 폴더블폰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중저가 5G 스마트폰 등으로 점유율을 늘릴 계획이다.
애플 역시 아이폰 12 시리즈 효과를 앞세워 5G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폴더블 시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폼팩터 혁신에도 가세할 전망이다.
◇ 다시 시작된 양강 시대, BBK 비상 경계해야
LG전자의 퇴장이 가시화되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한 가운데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화웨이의 공백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는 형국이다.
이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게 됐다. 현재까진 공격적인 중저가 제품 출시, 인도와 중남미 시장 우위를 기반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선두 자리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서 무섭게 세를 확산하는 만큼, 5G 라인업 다변화, 프리미엄급 성능의 중저가 제품, 고성능 카메라, 폴더블 기술 선도 등 앞으로의 경쟁에 철저히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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