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OLED, 혹은 마이크로 LED 중심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학습효과가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는 특성이 있다. 많이 생산할수록 수율이 늘고 더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업체들의 발전이 눈부신 가운데 SDC와 LGD의 OLED, 미니 LED, 마이크로 LED 등으로의 빠른 전환, 혹은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때다.
BOE, LCD 패널 가격 상승에 1위 DP 업체 돼
DP 시장 규모는 유지되나 OLED 점유율 높아져
마이크로 LED, 가격 경쟁력 빨리 확보할 필요 커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가 올해 1분기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트(DSC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BOE는 올해 1분기, 매출 77억 달러(약 8.6조 원), 영업이익 14억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패널 업계 1위에 올랐다.
▲ LCD 패널 수요 증가세가 지속 중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재택 근무 및 원격 교육 수요가 늘면서 TV, 모니터, 랩톱, 태블릿 PC 등의 판매율이 높아졌고, LCD 패널 역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급격한 수요 증가에 모든 사이즈의 LCD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LCD 패널이 주력인 BOE가 이득을 본 것이다.
한때 전 세계 LCD 패널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던 삼성디스플레이(SDC)와 LG디스플레이(LGD)는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약진에 패널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자 LCD 라인을 정리하고 OLED 패널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태에 LCD 패널의 수요가 솟구치자 전면적인 철수를 보류한 상태다.
OLED, 미니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들이 생산되고 있으나, 저렴한 가격과 기술 성숙도 모두를 만족하는 LCD 패널의 채택 빈도는 여전히 높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매출 중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올해 75%, 2027년 60%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올해와 2027년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약 170조 원 수준으로 예측돼 LCD 시장의 내림세가 점쳐진다.
최근의 LCD 패널 가격 상승 폭도 진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김현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43인치 이하 LCD 패널 가격 변동이 유지세로 돌아섰고, 55인치 이상은 상승 폭이 축소됐다”라며, “백신 접종률 상승과 중국의 10세대 이상 LCD 패널 생산량 상승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간 LCD 패널 생산 라인 증설이 없었고, 2022년 신규 LCD 생산 라인 건설도 없었다”라며, “60인치 등의 대형 LCD 패널 수요가 가파르단 점에서 LCD 패널의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OLED-미니 LED-마이크로 LED, LCD 서서히 대체
LCD 패널 가격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OLED, 혹은 마이크로 LED 중심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학습효과가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는 특성이 있다. 많이 생산할수록 수율이 늘고 더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업체들의 발전이 눈부신 가운데 SDC와 LGD의 OLED, 미니 LED, 마이크로 LED 등으로의 빠른 전환, 혹은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때다.
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는 빛을 내는 층이 전류에 반응하여 빛을 발산하는 유기 화합물 필름으로 이루어진 박막 LED로, 제어 방식에 따라 PMOLED와 AMOLED로 나뉜다. 화소 자체가 빛을 내 백라이트 광원이 필요 없어 LCD보다 구성요소가 적고, 색 표현력, 응답속도 부분에서 더 뛰어나다.
▲ 5세대 12.9형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최근 애플의 5세대 12.9형 ‘아이패드 프로(iPad Pro)’ 모델은 미니 LED 패널을 채택했단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니 LED 패널은 백라이트 광원을 여러 개의 소형 LED로 대체한 것으로, 특정 부분의 광원을 켜고 끌 수 있는 로컬 디밍(Local Dimming) 기술을 통해 명암비(1,000,000:1) LCD(1,000:1)보다 훨씬 크다.
다만 아예 화소를 끌 수 있는 OLED의 명암비(∞:1)에는 미치지 못하며, 화소와 광원의 크기가 1:1 대응하지 않으므로 특정 부분에 후광 효과가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도 태블릿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애플이 미니 LED를 채택한 이유는 유기 소재 활용으로 화소가 열화되는 경우가 빈번한 OLED의 특성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OLED와 미니 LED의 한계를 극복할 패널로 꼽힌다. 10~10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작은 LED를 화소 광원으로 사용하며, 무기 소재를 쓰므로 OLED와 달리 번인 현상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제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화소를 증착하는 OLED와 다르게 마이크로 LED는 화소를 심어야 한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공정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마이크로 LED는 실리콘이 아닌 경도가 매우 높은 사파이어를 활용하기에 여전히 대량 생산에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내놓은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은 1.7억 원으로, 아직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가격까진 달성하지 못했다. 옴디아는 해당 TV의 올해 출하량이 1천 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LCD 패널 시장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다. 대형 OLED 패널은 LGD, 중소형 패널은 SDC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BOE 역시 애플 아이폰의 교체용 디스플레이 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OLED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비록 출시되진 못했지만, LG전자의 롤러블 스마트폰도 BOE의 OLED 패널을 쓸 예정이었다.
LGD와 같은 계열사인 LG전자가 BOE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본격적인 OLED 시장 진출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OLED 격차 유지, 미니 LED, 마이크로 LED 패널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