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간 속에 전자파가 발생하는 기기·설비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5G통신 등의 발전으로 생활 주변에서 전자파 노출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는 추세이다. 국제암연구소는 전자기장을 인체발암 가능 물질(2B)로 규정한 가운데 장기 누적효과에 따른 비열적작용, 호르몬, 신경계, 정신활동 등에 위해성 규명이 부족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KCA)은 전자파 안전 인증제도 개선을 위한 사업 연구를 수행했다. 지난해부터 KCA는 ‘생활공간 전자파 인체안전인증 도입방안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해 지난달 1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전파연구원이 KC인증에서 전자파 강도 항목을 신설해 운용하는 반면 이는 장기 체류하는 생활공간 내에서 전자파 안전을 보장하는 인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장기 체류 시 전자파 안전을 보장하는 인증이 현재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관련 인증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국내 유사 분야 인증 운용사례를 보면 △실내공기질 인증 △라돈 안전 공간·제품 인증 △어린이 활동환경 안전공간 인증 등이 운용되며 제품과 서비스의 생활 안전성을 높였다.
 
해외 사례의 경우 독일은 ‘건축생물학(Baubiologie)' 개념을 도입해 건축물의 계획과 설계 단계에서 전자파 안정성을 고려하고 있다. 건축생물학 기준 테스트 방법(SMB-2015)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전자파 복사 △실내독소·오염물질·실내기후 △곰팡이·박테리아·알레르기 유발 물질의 측정 결과에 따라 4등급으로 판정한다. 전자파 복사 세부 항목에는 △직·교류 전기·자기장 △무선 주파수 복사(고주파수) △방사능 및 지질학적 방출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전자파 인체안전 인증의 예상수요로 △1단계 영유아·노인정 등 전자파 취약계층 무상지원 △2단계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3단계 홈쇼핑 및 민간 콜센터 등 민간영역 △4단계 전기차 충전기 및 자율주행과 같은 4차산업혁명분야를 최종 단계로 전망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무상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전자파 영향이 많은 민간 사업장까지 확대해 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4차산업 분야는 반도체·통신·센서 등의 사용이 많아 전자파 인체영향 이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내다봤다. 전자파 차폐·흡수를 통한 안정성 인증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자파 인식현황을 설문조사했을 때 91.8%가 생활공간 전자파 인체안전인증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 이상(73.6%)이 평소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다고 느끼며 이로 인한 인체 영향을 우려했다. 52.6%의 응답자가 유치원 및 학교 등 교육시설을 꼽았으며, 주거시설이 39.3%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86.7%가 인증 후 정기적 재인증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6.8%는 연1회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이동통신 주파수 부문에서는 3G·4G보다 5G 통신 주파수가 인체에 더 해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의견이 53.1%를 기록하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G 통신이 본격 확산될 시기에 관련 전자파의 인체 위해성에 불안감이 높다면 관련 인프라 설치와 기기보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달 25일 KCA에서 발표한 ‘전자파 안전 국민 소통체계 구축방안 및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사례 등에서 전자파 관련 소통체계가 정부기구 형태로 존재하며 전자파 관리를 위한 인프라와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이 전자파 안전 전담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일반 국민들의 잘못된 전자파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전자파 안전에 관한 정보전달 및 소통부족으로 인한 기지국 건설 지연, 불필요한 비용 소모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에서 국민들의 전자파 불안으로 인해 인프라 건설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항상 있어왔다. △16년도 미군 사드배치 결정 당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 논란 △17년 기상청 수도권 국지성 기상 탐지 레이다 설치 무산 △19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군시방송국 설치 지연 등 전자파 불안에 따른 인프라 설치 지연 부작용은 지속해왔다. 국민적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는 안전 인증제도 마련과 더불어 전자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소통체계 구성도 필요한 실정이다.
 
전자파 안전 국민소통체계 구축에 따른 효과는 △이동통신 기지국 전자파 민원 감소 △기지국 이설 요청 감소 및 원활한 기지국 설치 효과 △국민들의 불필요한 전자파 차단 제품 구입 감소 △무선국 전자파 측정 건수 감소 등이며 연간 약 426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편익을 볼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