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정책의 활성화로 국내외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제조업 내에서 심화하고 있다.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관련 규제가 전자·전기·완성차업계의 무역기술장벽(TBT)으로 작용하고 있어 관계기관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 논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한 ‘국내외 기술규제 대응 화학물질 교류회 및 기술규제 이슈 설명회’가 서울 삼성동 호텔 인 나인에서 진행했다.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와 한국시험인증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설명회는 화학분야 무역기술장벽(TBT)에 대한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함께 모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드파트원 김선진 책임이 스톡홀름협약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으며, EU REACH 규제 동향에 대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탁진경 수석이 발표를 진행했다.

화학물질 교류회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 △TBT종합지원센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관계기관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전기·전자·자동차·가전제품 제조사 관계자들도 자리해 폭넓은 산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 POPs·EU REACH, 신규 규제물질 논의 활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은 광화학적·생물학적·화학적 분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태계 먹이사슬에 의해 체내에 축적되는 독성이 강한 유기오염물질을 뜻한다. 이러한 POPs는 알드린(Aldrin), DDT 등 유기염소계 농약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등 산업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CBs)과 산업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다이옥신과 퓨란 등이 포함된다.

스톡홀름 협약에 의해 총 30종의 화학물질을 지정해 규제하고 있으며 부속서 A~C에 따라 A는 생산·사용과 수출입 금지, B는 생산·사용의 제한, C는 배출 저감으로 규제하고 있다.

시드파트원의 김선진 책임은 이날 발표에서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과 난연제류 등에서 규제 검토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ABS, PBT, 나일론 등에 사용되는 난연제의 일종인 데클로란 플러스(Dechlorane Plus)와 자동차, 플라스틱에 주로 사용되는 UV-328이 지난 9월 부속서 A에 제안돼 금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책임은 미국과 EU가 규제논의가 활발한 것과 더불어 베트남이 신흥국 중 가장 활발하게 유해독성물질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동향을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POPs 규제와 관련해 EU 동향을 가장 중심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을 추천했다. 

다만 글로벌 협약 물질이 각 나라 실정에 맞게 입법하는 과정에서 규제범위와 시점이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있으며, 특히 신남방 국가와 남미 국가 등 정보가 부족한 신흥 국가에 대한 규제동향 모니터링과 분석을 진행하고 미스매치 대응전략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허가 대상 고위험성우려물질(SVHC)를 지속해서 추가하는 만큼 향후 규제물질 리스트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탁진경 화학규제대응센터 수석연구원은 EU REACH의 완제품 규제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 완제품 제조자 혹은 수입자가 SVHC 후보목록에 포함된 물질을 연간 1톤 이상 생산 혹은 수입할 때 제품 내 함량 0.1%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해야 하며 연간 1톤 이하 제품은 정보전달의 의무를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전자·전기·완성차업계가 관계당국의 지원 및 대응책 마련을 호소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1차·2차 벤더 등 부품·소재의 공급망을 가진 제조사는 완제품에 함유된 SVHC 후보목록 파악과 함량 분석 등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지만 제조사의 화학 전문 지식 부족이나 협력사의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규제 도입 예정 화학물질 대응 체계 必”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은 신규 유해물질, 규제물질로 도입 예정이거나 논의되고 있는 화학물질들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채널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1차·2차 벤더 등 공급망에 대한 관련 교육과 컨설팅 지원을 요청했다.

다수의 제조사 관계자는 제정 단계 및 논의 단계에 있는 미통보 규제를 발굴해 줄 것을 기관에 요구했다. 민간단체 간 협력체제 활용 및 정부 차원에서 규제당국자 협력체제를 구축해 해당 요구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관계자들은 협력사 대응 역량이 부족한 점과 더불어 “규제임박 물질에 대해 규제 확정 이전에 면제 혹은 유예 대응을 선제적으로 하려면 화학구조나 조성이 확정된 화학물질에 부여된 고유 번호인 CAS번호 혹은 해당 물질의 용도를 정확히 알아야 협력사에 대응을 요청할 수 있다”며 관련 대응책 마련을 함께 요구했다. 또한 대체물질이 있는지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규제 대응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관계 기관과 업계는 60일 이내라는 짧은 기간 내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한 신속 대응 채널 마련에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였다. SVHC 후보목록이 등재되는 절차를 보면 ECHA홈페이지에 부속서 XV서류가 공개되는 시점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해당사자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유럽연합위원회에서 후보목록 등재 여부를 결정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앞선 규제 도입 예정인 물질을 선제적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신속 대응 채널의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정밀화학산업진흥회는 국내 기업들의 화학분야 무역기술장벽(TBT) 대응을 위해 이슈 설명회와 기술 교류회 등을 주관하고, 국내외 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등 관계기관과 기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하며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