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삭감이 확정된 가운데 국내 공공 R&D 기관들의 하반기 예산도 줄어들어 연구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공 연구기관 올 하반기 예산도 축소
장비 구입비는 줄었는데, “목표 장비 맞춰라”
인력 감축·참여업체 축소 등 중기 더 어려워
“내년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장비구입비가 50% 줄었는데 목표 장비는 맞추라고 하고, 이러다간 연구기관들이 모두 죽을 판입니다”
최근 국내 연구기관들에 예산 삭감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4회 심의회의에서 결정된 2024년 과학기술 R&D 예산은 올해 대비 3조5,000억원이 삭감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비효율 사업 및 낭비요인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주력산업 분야에는 투자를 더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발표가 있은 후 국내 연구기관들은 예산 삭감이 벌써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관의 경우 R&D와 관련한 올해 장비구입비가 50% 감소했는데, 목표로 한 장비 구입은 무조건 맞춰야 한다며 어떻게 재원확보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은 인건비 축소는 물론이고, 장비 납품사와 가격 협상 또는 규모 축소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장비 납품사들은 안하면 안했지 축소된 가격으로 납품하는 것은 손해라며 손을 내젖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R&D 주무 기관인 평가원 등에 조정을 요청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언급했다.
올해도 이런데 예산 삭감이 본격화 할 내년에는 더욱 심해 질 것이라며, 이는 공공 R&D 기관의 위축뿐만 아니라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도 악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다른 R&D 기관 관계자의 경우 과거에는 R&D 기획과 관련해서도 연구자들이 기획을 올려 평가원에서 예산분배를 하는 경우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미 예산 분배가 끝난 상태로 내려와 연구자들이 기획할 수 있는 R&D가 없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R&D 기관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분야도 예산배분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관련 연구자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예산 삭감의 여파가 피부로 와 닿고 있는데, 정작 내년 R&D 예산 분배에 대해서는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다며 이는 연구연장의 위축 및 안전 위협 문제로 다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실험실에서는 R&D 목표에 맞는 장비 구축을 위해 필수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 예산이 줄어 관련 참여 인력을 축소하고 있고,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이 삭감되고 있다며, 이는 R&D 진행 과정 중 안전 위험을 높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여 기업의 수도 줄게 돼 연구관련 스타트업이나 입주 기업들에게 심각한 재정문제를 줄 야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기업들의 경우 재정에서 R&D 과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예산 삭감의 결과로 R&D 참여가 어렵다면 결국은 재정난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관련 연구 결과가 모두 사장돼 국내 과학기술 발전도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관련 연구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게 돼 중소기업들의 R&D 능력이 저하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현재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예산삭감으로 인해 연구현장이 위축된다면 십년 후가 아닌 몇 년후에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이 다른 주요국에 추월돼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십년 이상의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흔들림 없는 예산 집행을 해야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