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증가할 폐배터리, 유럽의 급진적인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 정책과 공급망이 초래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떠올랐으며, 폐배터리 운송, 테스트 장비 등 파생 산업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2040년 폐배터리 대량 발생·EU 배터리법 시행…재활용·폐배터리 테스트 장비 전망 밝아
2040년 수명 다한 전기차 4,227만대 예상…사용후 배터리 시장 2050년 600조 전망
운송·해체·분리 등 다양한 플레이어 등장…테스트 장비 등 파생 산업 성장 잠재력 기대
목차
1) 친환경성·핵심광물 해외 의존도 탈피 큰 가치
2) 전기차 인기 ↓…사용후 배터리 시장 전망은
3) 우리나라 사용후 배터리 산업 플레이어·기술 현황
4) LFP 배터리도 재활용해야…금전적 가치만 고려해선 안 된다
5)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편집자주]2040년 전기차 폐차 대수가 4,000만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전기차 전주기 탄소발자국의 약 30%를 차지하고,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은 경제성 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이 지속 증가하게 되며,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고 방치하거나 매립·소각할 경우 유해물질이 발생하여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친환경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의 CRMA, 미국의 IRA 등에 대응해야 하는 흐름 상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경제성, 친환경성을 모두 아우르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 및 사업 현황과 산업 전망까지 4월24일부터 매주 수요일, 5주에 걸쳐 기사에 담아낸다.
폭발적으로 증가할 폐배터리, 유럽의 급진적인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 정책과 공급망이 초래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이 떠올랐으며, 폐배터리 운송, 테스트 장비 등 파생 산업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2040년 발생하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PHEV/BEV)의 수는 약 4,227만대로, 이로 인해 발생할 폐배터리의 규모는 2040년 3,339GWh에 달한다며, 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폐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한 글로벌 사용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70조원에서 2050년 약 6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가 2030년 이후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의 폐배터리 관련 친환경 정책 등이 맞물린 데 이유가 있다.
조지혜 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4월23일 새로운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바와 같이 제품의 내구성, 수리 및 재사용·재활용 용이성 등 순환경제 요소를 고려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품 환경규제 및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배터리 순환경제 체계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은 유럽에서 사용후 배터리 관련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2월, 2031년부터 배터리에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EU 배터리법이 시행됐다.
EU는 2031년 폐배터리 재활용 목표로 재활용 비중을 니켈 6%, 코발트 16%, 리튬 6% 등으로 설정했다.
2036년에는 니켈 15%, 코발트 26%, 납 85%, 리튬 12%로 기준이 더욱 강화된다.
이 법안으로 인해 유럽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LFP, NCM 등 배터리 종류를 막론하고 비율을 맞추기 위한 재활용 기술, 원료 확보에 나서야 하며 이들이 불러오는 경제적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은 단순 제품으로의 경제성을 띌 뿐만 아니라 공급망, 광물 가격 변동성에서 오는 위험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창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광물수요의 95%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양극재의 경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89%에 달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은 유한하며, 편재성을 띄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니켈 가격의 변동성 위험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국제 정세에 있어 편재성과 높은 해외 의존도는 배터리 산업에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손익이 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가동률 조정 등 고정비 부담 증가,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 투입 시차(Lagging) 효과에 따라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배터리 제조기업 또한 메탈가 하락의 이유로 영업이익이 좌우될 수 있다고 해석되며, 재활용 등을 통한 원료 확보가 제조 기업의 수익에 자그마한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철강금속/이차전지소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배터리 애프터마켓’ 보고서에서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서 운송·해체·분리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며 파생 산업 성장의 잠재력 또한 클 것이라 전했다.
재사용·재활용 사업 비용 중 스크랩 구매 가격 다음으로 비중 높은 부문은 운송 비용과 인건비다.
▲리사이클링 플랜트(그림 출처: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철강금속/이차전지소재 담당 애널리스트 ‘배터리 애프터마켓’ 보고서 中)
사용후 배터리 운송은 배터리를 고정상태로 이탈, 전복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화재를 대비한 안전 장치도 갖춰야 한다.
인터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관련 전시회 및 행사에서 배터리를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들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용후 배터리 해체는 2~3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시간, 인력, 안전 문제가 따라오며 또한 전기차와 배터리 모델별 구성에 대한 이해도 또한 필수적이다.
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은 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가 있을 것으로 평가되며, 국내에서는 SIS 기업이 최초로 전용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시장은 배터리 테스트 장비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방전·진단 장비는 사용후 배터리 수집, 해체, 전처리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장비이며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에서는 소부장 중 장비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 테스트 관련 장비는 재사용·재활용 사업에서 잔존 수명검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순환자원 인정 및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업자가 갖추어야 할 기준은 폐배터리의 잔존용량(State of Charge), 잔존수명(State of Health)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 1식 이상,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를 방전할 수 있는 장비 1식 이상이다.
지난해 10월 안전성 검사를 거친 재사용전지만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는 산업부의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제도’도 본격 시행되며 재사용 위해서는 모듈 전수검사 필수가 되었기에 배터리 테스트 장비 시장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아직 ‘상용화’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며 “재활용 공정과 배터리 제조 공정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제품화가 되어야 진정한 가치를 나타낼 것”이라 산업 고평가에 대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의 성장에 따라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폐배터리 확보, 재활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관련 장비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과 기술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