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에 따라 스핀 정렬을 바꾸는 ‘스핀 스위칭 소자’가 등장해 향후 2차원 자성반도체 소재를 상온 스핀트로닉스의 핵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전압에 따라 달라지는 임의전신잡음(RTN) 신호와 스핀 정렬
상온 자성 유지 2차원 강자성 소재 개발
전압 따라 임의전신잡음 신호 변경 확인
전압에 따라 스핀 정렬을 바꾸는 ‘스핀 스위칭 소자’가 등장해 향후 2차원 자성반도체 소재를 상온 스핀트로닉스의 핵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이영희 연구단장(성균관대 HCR 석좌교수) 연구팀은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 주민규 숙명여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상온에서 자성을 유지하는 2차원 강자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전압에 따라 스핀 정렬을 바꾸는 스핀 스위칭 소자를 구현했다고 14일 밝혔다.
스핀트로닉스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기존 반도체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전자의 양자적 성질인 스핀을 이용해 해결하려는 연구 분야다. 이 일환에서 과학자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두께가 원자 한 개 크기에 불과한 2차원 물질에서 전자 대신 스핀을 사용하여 작동하는 자성 반도체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물질의 자성은 스핀의 방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스핀의 정렬을 조절하면 자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반면에 자성을 가진 2차원 소재를 합성하는 것부터 난제였다. 일정 온도(큐리온도) 이상이 되면 스핀의 정렬이 풀리며 자성을 잃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서 2차원 반도체 물질인 텅스텐이셀레늄화합물(WSe2)에 자성을 가진 불순물인 바나듐 원자(V)를 주입해 상온에서 강자성을 나타내는 2차원 자성 반도체 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Advanced Science, 2020). 이번 연구에서는 이 물질을 전압에 따라 스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스핀 스위칭 소자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텅스텐이셀레늄화합물에 농도 0.1%의 바나듐을 주입했을 때,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지속되는 스핀 임의전신잡음(RTN) 신호가 발생함을 발견했다.
임의전신잡음은 음악을 듣다가 소리가 갑자기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처럼, 반도체의 결함이나 불순물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형태의 잡음을 말한다. 자성반도체 소자에서 스핀에 의한 임의전신잡음 신호를 관측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이 2차원 자성반도체 물질 위아래에 그래핀 전극을 붙여 역발상으로 임의전신잡음 크기를 극대화했다.
이어 전압에 따라 임의전신잡음 신호가 달라진다는 것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2차원 자성반도체 소재에 음(-)의 전압을 가하면 서로 다른 자기구역의 스핀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며 큰 자기저항을 보인다.
반면에 양(+)의 전압을 가하면 각 자기구역의 스핀이 반대 방향으로 정렬하며 작은 자기저항을 나타낸다. 전압에 따라 스핀의 방향이 바뀌고 저항을 제어하는 스핀 스위칭 소자로 구현한 것이다. 즉, 스핀을 이용해 기기를 켜거나(on) 끄고(off), 0과 1의 논리회로를 구현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압뿐 아니라 자기장이나 온도를 바꿔도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영희 단장은 “자성반도체의 스핀 임의전신잡음을 학계에 처음보고하고, 이 신호를 스위칭 소자로 활용한 첫 번째 사례”라며 “2차원 자성반도체 소재를 상온 스핀트로닉스의 핵심 소자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8월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IF 33.255)’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