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TP의 입주회사만 4개 업체이고 장비를 대여해 쓰는 회사가 수십 개에 이른다. 팹을 이용하는 많은 센서업체들을 보고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IoT(사물인터넷)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모든 사물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기저에는 통신칩과 함께 센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 박기순 서울테크노파크(TP) 원장
박기순 서울테크노파크(TP) 원장은 ‘거창한’ 포럼이 아니라고 손사래부터 쳤다. 그가 얘기하는 거창한 포럼이란, 호텔에서 비싼 밥 주며 회의하고 자금도 넉넉한 모임을 빗댄 것이다. 박원장이 주도하여 올 초에 만든 ‘센서융합포럼’은 말하자면, 겉으로 보여주기 식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는 데 주력한다는 것.
그가 이렇게 센서융합포럼을 시작한 계기도 처음엔 거창하지 않은 이유에부터였다. 서울테크노파크가 보유하고 있었던 반도체 팹이 그 시작이었다. 이 웨이퍼 레벨의 후공정, 패키징용 장비는 주로 센서, 멤스(MEMS) 공정이 필요한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센서와 전통산업이 만나다
현재 서울TP의 입주회사만 4개 업체이고 장비를 대여해 쓰는 회사가 수십 개에 이른다. 팹을 이용하는 많은 센서업체들을 보고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IoT(사물인터넷)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모든 사물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기저에는 통신칩과 함께 센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센서하는 사람과 전통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포럼을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센서 업체들을 이종 산업과 묶으면 융합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고 박 원장은 생각했다. “센서는 안 쓰이는 곳이 없다. IT 산업 외에 전통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센서를 사용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센서하는 사람과 전통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포럼을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 지난 3월에 준비위원회를 개최했고 5월 7일에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함께 열었다. 이날 350여 명이 참석하여 센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대외적으로 포럼창립을 알려야 했던 창립총회는 나름대로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포럼은 응용분야를 하나씩 정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서울TP 회의실에 열린 첫 번째 융합포럼은 향후 포럼이 어떤식으로 갈것인지 잘 보여줬다. 이날 ‘센서와 가구’라는 포럼 주제에 참석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마침 포럼을 만드는데 도움을 받았던 경기대진테크노파크의 특화 사업이 가구였기 때문에 센서를 적용할 수 방법을 모색하기에 좋은 주제라고 박 원장은 생각했다.
센서와 이종산업과의 만남의 자리 의미 커
“센서와 가구 업체가 만나면, 센서업체는 가구에 이런 센서 들어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을테고 반대로 가구업체는 필요한 센서를 얘기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가구에 RFID나 무선충전기를 넣으려면 센서가 있어야 하며 의자에 허리를 교정하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도 압력센서가 핵심이다. 포럼은 전통산업에 센서를 응용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특별한 혜택은 없다. 자꾸 만나서 구체적인 아이템이 나오게 되어 새로운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되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는 것도 하나의 목표이다.
지금까지 이런 만남도 없었던 것이 센서융합포럼의 큰 의의라고 박 원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말처럼 이종산업간의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어디서나 그렇듯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을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 신사업 담당 출신으로 팹리스 경영인, 반도체 개발회사, 창업투자업무 등을 경험하면서 쌓은 박원장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많은 도움이 됐다. “90년대 초 대기업 신사업 업무를 담당할 때부터 사물이 연결된다는 IoT의 개념을 예측했었다. 그때만해도 가전기기에 마이크로프로세서, OS 등이 들어가서 서로 연결된다는 생각을 이상하게 생각할 때였다. 그러한 연결을 위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결의 핵심은 센서, 포럼은 응용분야 초점
박 원장은 4, 5년 전부터 IoT의 핵심파트가 센서라고 생각했다. 빅데이터도 결국 센서에서 정보가 나온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센서의 자체 성능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프로세서, OS가 모두 들어가서 통신해야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센서 개발은 많이 늦었다. 통신인프라는 잘 되어 있는데, 센서 기술은 많이 뒤떨어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센서기술은 연구하는 것이 기업과 학회의 몫이라면 센서융합포럼은 응용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센서융합포럼의 목표는 센서업체들이 차별화된 제품 만들게 하는 것이다. 전통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센서를 만들다 보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느 지방의 테크노파크처럼 서울 TP도 서울지역의 기업 지원이 목표다. 하지만 서울은 지방처럼특화 산업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기반으로 한 센서 산업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양산하는 업체도 늘고 장비효율도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센서업체 참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려움도 없진 않다. 국내에 센서업체가 많지도 않고 대다수 영세업체들이라 포럼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것. 포럼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박원장은 바란다.
“서울TP는 수도권 테크노파크이기 때문에 지방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탄생한 지방 테크노파크와 달리 상당히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기업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화센터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센서융합포럼의 목적도 기업지원과 다르지 않다. 센서융합포럼으로 기업이 성공한다면, 그게 우리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