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세대 V2X 기술 단일 표준으로 C-V2X을 채택하고 7월부터 시행한다. 20여 년 동안 5.9GHz 대역 주파수를 점유한 DSRC 방식은 단계적으로 배제된다. 이번 C-V2X 단일 표준 확정으로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C-V2X 표준을 서둘러 선택하고, 조기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DSRC 대신 C-V2X 단일 표준으로 채택
국토부-과기정통부, 올해 안에 C-ITS 방식 확정
자율주행차 시대 대비하려면 5G 발전 선행돼야
미국 정부는 차세대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의 단일 표준으로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을 채택하고 오는 7월 2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 미국이 V2X 단일 표준으로 C-V2X를 선택했다 [이미지=픽사베이]
美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9GHz 대역의 75MHz 폭 중 상위 30MHz 폭을 C-V2X 용도로, 하위 45MHz 폭을 차세대 Wi-Fi 중심의 비면허 서비스 용도로 제한하는 주파수 용도 변경 방안을 원안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에서 20여 년 동안 5.9GHz 대역 주파수를 점유한 차량용 근거리 통신(DSRC) 방식의 ‘웨이브(WAVE)’는 단계적으로 배제된다. DSRC는 도로변의 소형 기지국과 차량 내 단말(OBE) 간의 5.8GHz 대역 주파수를 이용한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지능형 교통체계(ITS) 기술이다. 국내에선 고속도로 요금소 하이패스, 시내버스 위치 알림 등에 사용되고 있다.
FCC는 5.9GHz 대역 주파수 용도 변경안 규칙제정공고(NPRM)를 확정하고, 행정규칙 개정을 위한 공개위원회를 지난해 11월 개최했다. 여기서 5인 위원의 만장일치로 용도 변경이 가결됐다. 美 교통부(DOT),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고속도로교통관리협회(AASHTO), ITS 아메리카 등이 반발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이는 FCC가 자동차 안전은 물론이고, 미래 자동차 산업 생태계 활성화까지 가능한 C-V2X 단일 표준이 미래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C-V2X를 단일 표준으로 채택하고, 유럽 자동차 업계도 C-V2X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C-V2X 시장 성장 가능성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5G 기반 커넥티드 카 상용화 추진단체, 5G 자동차협회(5GAA)는 FCC의 결정을 지지했다. 향후 5G 망 실시간 연결을 기반으로 차량 대 차량 통신은 물론, 차량과 이동통신 중앙 서버와 연결되어 다양한 결제 서비스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국토부-과기정통부, 올해 안에 C-ITS 방식 확정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 11월부터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고, C-ITS로 Wi-Fi 기반 DSRC 표준 WAVE와 5G-V2X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는 차량이 주행 중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상황과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두 부처는 올해 안에 C-ITS 통신방식과 통신방식별 주파수 대역 채널 배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5G-V2X 상용화 전 LTE-V2X 실증을 통해 WAVE와 병행 사용이 가능한지 기술 안정성과 실용성을 선제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5.9GHz 대역 주파수 용도를 결정할 계획으로, 이번 미국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는 실증 데이터가 풍부한 WAVE 중심 생태계를 구현한 이후, 5G-V2X가 상용화될 때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FCC의 C-V2X 단일 표준 확정으로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C-V2X 표준을 서둘러 선택하고 조기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한국도로공사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국내 고속도로 4,075km 전 구간에 C-ITS를 구축할 계획이다. 5G-V2X 기술 도입 및 서비스 운영 방안 연구 용역을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 시스템에 지난 3월 22일 발주하며 5G-V2X 기술 도입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용역을 거쳐 5G-V2X 기술 개발 서비스 도입 방안을 도출하고, V2X 통신 정책 추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에서는 △5G-V2X 기술 로드맵, 사례 및 요구사항 보고서 분석 △5G-V2X와 WAVE 동시 운영 시 간섭 영향성 확인 △병행 운영을 위한 기술 로드맵 제시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5.9GHz 7개 채널(각 채널 10MHz 폭)을 WAVE와 C-V2X에 얼마씩 분배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채널별 운영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 5G-V2X, 자율주행 기반 기술된다
올해와 내년에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美 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자율주행 레벨 기준에 따르면, 레벨 3, 조건부 자동화 단계는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운전하되, 제한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운전자가 언제든지 주행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지만, 차량 제어를 자율주행시스템(ADS)에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시대의 진정한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이번 FCC의 C-V2X 단일 표준 확정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센서 등 차량 내 감지 장치들만으로 안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량 외부의 다른 차량이나 사물로부터 수집한 실시간 정보를 차량에 전달해 줄 수 있는 통신 장치와 기술, 즉 C-ITS 구축이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수십 km 수준인 차량의 주행 속도를 고려할 때, 1ms 수준의 초저지연 특성이 있는 5G NR은 현재 고려할 수 있는 최적의 무선통신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는 C-ITS 인프라가 없다면 발전할 수 없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도로 인프라를 관리하는 국토부와 통신 인프라를 관리하는 과기정통부의 면밀한 협력과 신속한 주파수 용도 확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