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조향·제동 분야에서 기계적 연결을 대신한 by-Wire 시스템(전기적 시스템)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전기차·자율주행이라는 큰 흐름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보고가 나왔다.
▲ SbW 및 BbW 시스템 (그림 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전기차·자율주행, 시스템 변화 주도
기능 안전 등 측면 보완점 해결 必
자동차의 조향·제동 분야에서 기계적 연결을 대신한 by-Wire 시스템(전기적 시스템)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전기차·자율주행이라는 큰 흐름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6일 ‘완결을 향해 가는 by-Wire’라는 주제로 산업동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조향·제동의 by-Wire 시스템은 상용화를 위해 기능 안전 등의 측면에서 보완점이 남아 있으나, 수요 맞춤형 제조 방식을 지향하는 완성차 기업의 의지에 힘입어 수 년 내에 보편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과거 차에서 큰 힘이 요구되는 부분에는 기계적 연결과 유압(hydraulics) 장치가 활용되었으나, 이는 반도체, 제어, 통신 기술의 발전에 의해 점차 전기의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의 종착점은 기계적 연결을 전기적 구성요소로 대체한 소위 ‘by-Wire’ 시스템으로, 정교한 제어 및 경량화·소형화에 유리한 경향이 있어 자동차의 여러 영역에 이미 보편화되었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컨트롤러(ECU), 센서, 모터/액추에이터 등을 구성요소로 삼는데, 각 구성요소가 전선에 의해 연결되기 때문에 by-‘Wire’(‘전선’을 활용한)로 명명되었다.
가속 페달과 엔진의 쓰로틀 간(Throttle-by-Wire), 변속 레버와 변속기 간(Shift-by-Wire)이
대표적이며, 넓게는 서스펜션의 전자식 댐퍼(Suspension-by-Wire)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마지막 두 허들인 조향, 제동 분야에서도 최근 by-Wire 시스템의 상용화가 임박했다.
조향, 제동 분야는 주로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간 by-Wire가 부분적으로만 시도되었다.
파워 스티어링이 유압식(HPS)에서 전동식(EPS)으로 변화하기는 했으나, 스티어링 휠·랙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제거한 Steer-by-Wire(이하 SbW)는 여태껏 보편화되지 못했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에 가해지는 압력을 모사하여 전기 신호로 제동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존재하나, 실제 제동에서 유압을 완전 배제한 Brake-by-Wire(이하 BbW)은 상용화된 바 없다.
최근 업계의 SbW·BbW의 상용화 시도가 또렷하며, SbW는 양산 모델 적용이 임박했다는 내용이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에 담겼다.
부품면에서는 △만도 △현대모비스 △Bosch △Brembo △Continental △Hella △Hitachi Astemo △Nexteer △ZF 등의 글로벌 부품기업들이 BbW 또는 SbW의 양산 개발을 추진 중이다.
Electrek 등 매체는 Toyota와 Lexus가 각각 전기차인 BZ4X와 Lexus RZ에 이미 기계적 연결이 없는SbW의 탑재를 확정하였으며, Tesla도 조만간 SbW를 탑재할 것이라 예상했다.
SbW와 BbW의 상용화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문의 기술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SbW는 전기차의 실내 거주성 개선 및 회전반경 최소화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BbW는 차의 전반적인 설계에서 이질적인 유압 장치를 제거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SbW는 구동 배터리 탑재 공간 확보·실내 거주성 개선을 위한 휠베이스 연장으로 발생하는 회전 반경의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사륜조향(AWS)을 도입함에 따라 SbW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AWS가 탑재된 최신 완성차 대부분이 후륜의 조향은 기계적 연결이 없는 SbW를 채택하고 있다.
BbW는 전기차에 적용 시 회생제동과 마찰제동의 혼합제동을 보다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유압 장치를 제거하여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한편 브레이크액(brake fluid)이 불필요해졌다.
자율주행면에서는 BbW·SbW 공히 보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며 능동안전 기술과의 조화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한국자동차연구원의 판단이다.
BbW는 자율주행 상황에서 ADAS 등 능동안전 기능과의 연계 하에 보다 정밀하고 빠른 제동 및 제어가 가능하며, 물리적인 제동거리를 단축하여 비상 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SbW는 상황에 맞춰 조향 각을 탄력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조향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운전자가 의도치 않은 조향 개입이나 노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차단할 수 있다.
설계 자유도를 높인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도 변화를 이끌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주행 관련 서브시스템을 모듈화하여 차체 하부(또는 차대)에 통합한 것으로, 완성차 기업은 이를 활용하여 자동차의 설계 자유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개념적으로 볼 때 주행 관련 서브시스템이 그 외의 차량 설계에 가하는 제약이 감소하며, 이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탑승·적재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당 플랫폼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전과 관련되는 부품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유압 장치 등을 제거해 구조를 단순화해야 하므로 by-Wire 시스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시스템은 기능 안전·소비자 수용성 측면의 보완점이 남아 있으나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응하여 맞춤형 제조 방식을 지향하는 완성차 기업의 의지로 수 년 내에 보편화될 전망이다.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 및 소비자 수용성 측면에서 완성차·부품 기업, 규제당국이 만족할 만한 합의점이 도출되어야 비로소 SbW·BbW의 적용이 본격화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SbW·BbW는 고장을 대비한 전기·전자 시스템 이중화(E/E redundancy)가 보다 개선되어야 하고, 실 주행 상황에서의 다양한 운전자 반응을 고려한 실질적 표준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파생될 차량 수요를 충족하려는 완성차 기업의 의지가 뚜렷하므로 기술적·제도적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주창한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와 같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다양한 차량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다품종 맞춤형 제조’를 구상 중이다.
이러한 제조 방식에는 부품 공용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높은 설계 자유도 확보가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SbW·BbW의 도입을 통한 by-Wire화의 완결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기업과 부품 기업의 로드맵을 고려할 때, SbW와 BbW는 2025년을 전후로 양산 차량에 본격 적용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