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이 EU·미국 차량데이터 관련 법제는 자동차 산업 세력 구도 전반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 관련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량데이터, 차량 소유자·독립 정비업자·보험사 공유
차량데이터 중요성 ↑, 통신·보안 기술 투자·지원 必
한국자동차연구원이 EU·미국 차량데이터 관련 법제는 자동차 산업 세력 구도 전반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 관련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31일 ‘차량데이터 관련 EU·미국 법제 동향’을 주제로 산업동향 Vol.110을 발표하며 차량데이터 접근 권한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차량데이터는 △차량 위치 △부품상태 △주변 환경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렌트·보험·중고 거래·유지보수 등 관련 서비스, 마케팅, 자율주행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2022년 2월 EU집행위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차량데이터를 제3자(독립 수리·정비업자, 자동차 보험사 등)에 공유할 의무를 부과하는 EU ‘데이터법(Data Act)’ 초안을 공표했다.
EU ‘데이터법’은 데이터의 가치를 관계자 간에 공정하게 배분하고 데이터 접근·이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유럽 의회는 집행위 초안을 검토한 뒤 2023년 3월 내 의회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커넥티드카 등 IoT제품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제품이용자(예: 차량 소유자)가 접근·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 요구에 따라 제3자(경쟁자 포함)에 공유할 의무를 데이터 보유자(예: 자동차 제조사)에도 부과한다.
예시로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소유자가 요구하면 차량 주행데이터 등을 자동차 보험사 등에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보유자는 제품 이용자에게 데이터 공유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없으며, 제3자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품질의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EU는 ‘자동차 분야 경쟁법 일괄면제 규정(MVBER)’ 개정안을 통해 독립 수리·정비업자에게 차량데이터 접근성을 2023년 6월~2028년 6월까지 보장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수리·정비에 필요한 차량데이터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차량데이터 공유대상은 수리·정비업자로 예상되며, 공유범위 등은 2023년 5월까지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유럽보험연합(Insurance Europe)은 ‘MVBER’에 의한 차량데이터 접근성을 보험사에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적법성 공방이 진행 중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차량데이터 접근법(Vehicle Data Access Law)’이 발효되면 미국 독립 수리·정비업자의 차량데이터 접근도 허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차량데이터 접근법’은 ‘수리권 보장법(Right to Repair Law)’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가 독립 수리·정비업자에 의무 제공하는 정보에 텔레매틱스 시스템 데이터를 추가하는 개정안이다.
매사추세츠주 ‘수리권 보장법’은 차량 수리·정비 분야의 공정경쟁, 소비자 권리확보를 위해 2013년 도입됐으며 이에 근거하여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수리권 보장협정(R2R Agreement)’이 체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를 대상으로 차량 소유자 및 독립 수리·정비업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진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제공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있다.
동법은 2020년 가결됐으나 소송이 제기되어 집행정지 중이며, 재판 결과에 따라 발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자동차협회(AAI)는 사이버 보안위험이 없는 차량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개발하기 어렵고, 동법 적용 시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연방 안전·환경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제조사(스바루·기아)는 문제방지를 위해 매사추세츠주 판매 차량의 텔레매틱스 기능을 2021년부터 비활성화하고 있다.
한자연은 아직 차량데이터 공유범위, 공유방법(플랫폼), 공유비용 부담 귀속 등 중요한 부분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차량데이터 시장의 2018~2028년 연평균 성장률은 38.5%로 총규모는 2028년 869억1,000만달러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