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은 2018년까지 2년간 서버·모바일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로 호황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에서의 공급 증가, 수요 정체,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도체 수요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2019년 성장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6월 반도체 수출량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동반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8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전년 동월대비 25.3% 감소한 수치다. 일본 정부는 국내 반도체 업체의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시행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대체 수입처 발굴 등의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 6월 반도체 수출액, 전년 동월대비 1/4 하락
| 글로벌 반도체, 비메모리·메모리 모두 수요부진
| 정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7.8조원 투입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7월 31일 발표한 월간 ICT 산업 동향에 의하면, 6월 반도체 수출량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동반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8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전년 동월대비 25.3% 감소한 수치다.
한일 무역 갈등 격화일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MCP는 증가했으나 서버·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D램 및 복합부품직접회로(MCOs)·낸드플래시 등 대부분의 품목이 줄어들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패키징·파운드리·팹리스 물량 축소로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침체 원인
반도체 시장은 2018년까지 2년간 서버·모바일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로 호황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에서의 공급 증가, 수요 정체,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도체 수요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2019년 성장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가트너는 6월, 2019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와 메모리가 동반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4,292억 달러로 역성장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메모리는 전년도 고성장에 대한 기저 효과와 더불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무역 분쟁, 전방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D램·낸드플래시 등 주요 품목 수요 부진이 예상되면서 전제적으로는 두 자릿수의 하락세가 전망된다. 비메모리 역시 5G, AI, IoT, 자율주행차량 등 신규 수요에도 불구, 전방산업 부진으로 하락 중이다.
좋지 않은 국내 반도체 시장 현황
국내 업체 실적은 메모리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으로 3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6,376억 원으로 11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새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타고 업체들이 생산력을 확대한 가운데,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 성장 정체, 무역마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했다. 작년 4분기부터 가격도 하락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D램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전방산업 수요 부진에 따른 높은 재고,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리스크 증가 등으로 서버·PC용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1달러대로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는 수급 불균형으로 전월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6월 15일 있었던 도시바 정전, 일본 소재 수출 제재로 인한 재고소진 등으로 공급이 둔화되면서 향후 단가가 상승될 전망이다.
일본, 한국 산업 중심 노렸다
일본 정부는 국내 반도체 업체의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시행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략물자 및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와 절차를 변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7월 4일부터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을 포과절 수출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심사 대상으로 전환하는 등 절차를 강화하며 반도체 소재와 관련된 본격적인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개별심사는 최대 90일이 소요되므로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세정,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의 감광제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OLED에 사용된다. 일각에서는 IC, 노광장비, CVD,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마스크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관련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거기다 7월 12일, 일본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고 2일, 각의를 열고 이를 통과시켰다.
한국 반도체가 입을 타격은?
수출 규모만 보자면 일본보다 한국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5월, 누적 기준 3개 품목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일 수입 규모는 1,660억 원인 반면, 반도체 수출 규모는 45.2조 원으로 집계되면서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면 일본보다 한국 업계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일본의 주요 규제 대상은 차세대 노광장비 EUV용 레지스트로 현재 국내 업체가 활용하는 제품과 달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제재가 지속될 경우 국내업체의 EUV 공정 도입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에칭가스의 경우 국내 일부 업체가 생산하고 있지만 공정에 필요한 초고순도는 일본산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소재가 바닥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품 생산을 위한 주요 소재의 재고를 최장 1분기를 버틸 정도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단기간 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장기적으로 진행될 경우 대안이 필요하다.
일본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품목에는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 포함돼 있어 해당 품목이 추가 규제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2019년 하반기에 양산될 삼성전자의 7nm EUV 공정 준비를 위해서는 일본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 구매가 필수적인 만큼, 블랭크 마스크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려면
업체 및 정부는 소재 확보에 대한 다각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국내 소재 산업의 육성을 촉진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대체 수입처 발굴 등의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산 불화수소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최근 D램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등 중장기적 대응책으로 국내 기업들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7월 24일, 연내 샘플 공급을 목표로 불화수소 생산 준비에 돌입했고 2020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WTO 제소 등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갖고 대응하고, 반도체 중간재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씩 총 6조 원의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일본의 규제 사태는 15% 수준에 불과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어, 관련 업체들의 중장기 성장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물론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거꾸로 무너질 수 있다. 언제나 긴장하고 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