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박영석, 이근식, 신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 물질 중 하나인 익센(ixene) 분자를 최초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질소와 붕소가 첨가된 익센을 추가로 합성해 이 물질의 유기 반도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엿봤다.
익센, 존재 밝혀진 지 79년 만에 실제로 합성
유연성 높고 가공 쉬워 유연 소자 소재로 적합
79년 전에 존재가 밝혀진 유기 반도체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영석, 이근식, 신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26일,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s) 물질 중 하나인 익센(ixene) 분자를 최초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질소와 붕소가 첨가된 익센을 추가로 합성해 이 물질의 유기 반도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엿봤다.
▲ 좌측 상단부터 신형준교수, 이근식 교수
박영석 교수, 최원영 교수 [사진=UNIST]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 소재와 달리 유연하고 가공성이 우수해 유연 소자에 쓰일 수 있다. 대표적인 유기 반도체 소재로는 탄소 원자가 여러 개의 육각형 고리 모양을 이루고 있는 PAHs가 꼽힌다.
반도체 소재 내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필요한데, PAHs는 분자 내부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비편재화 전자(delocalized electron)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합성한 익센도 PAHs 한 종류다. 1941년에 익센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분자의 구조가 제안됐지만, 당시 알려진 방법으로는 합성이 어려워 실제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연구팀은 다이아세틸렌(diacetylene) 분자의 고리화 반응과 팔라듐 촉매을 사용한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을 이용해 익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같은 2단계 합성법을 이용해 익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질소와 붕소를 첨가(도핑), 익센 보다 에너지 갭(energy gap)이 좁은 'B2N2-익센'을 합성했다.
실리콘에 질소와 붕소를 도핑해 상업화된 반도체 재료를 합성하듯, 익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질소와 붕소를 첨가해 에너지 갭을 줄인 것이다.
▲ 익센과 B2N2-익센의 합성과정 [그림=UNIST]
물질을 반도체 소재로 쓰려면 움직이는 전자의 문턱 역할을 하는 에너지 갭의 폭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합성법을 이용하면 에너지 갭을 정확하고 쉽게 줄일 수 있다.
박영석 교수는 “붕소와 질소를 동시에 도핑해 탄소-탄소(C-C) 결합 같은 등전자 구조(isoelectronic structure)를 가지면서도 에너지 갭은 더 좁은 B2N2-ixene 분자를 합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신형준, 이근식 교수 연구팀은 실제 실험과 이론계산을 통해 B2N2-익센 분자가 익센과 비교하여 좁은 에너지 갭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자외선-가시광선 분광법을 이용해 B2N2-익센이 익센보다 긴 파장대(λabs)의 빛을 흡수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B2N2-익센 분자의 에너지 갭이 더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영석 교수는 “익센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현대 유기화학을 이용해 합성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물질을 정확하게 첨가해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연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에 사용된 팔라듐 촉매와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은 더 큰 분자 크기를 갖는 PAHs를 합성할 때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UNIST 자연과학부 최원영 교수팀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강석주 교수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Unveiling 79-Year-Old Ixene and Its BN-Doped Derivative’라는 제목으로 8월 24일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이 추진하는 기본연구 및 기초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