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티지 인플레이션으로 2분기 글로벌 경제가 순탄치 않은 가운데, 반도체 수급 안정이 단기적으론 오는 7월부터, 완전히는 2023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ASML의 EUV 장비 공급이 늘어나며 2023년, 하이엔드 팹들의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된다. CIS, DDI, PMIC 등을 생산하는 미드, 로우레인지 팹들도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정책을 통해 2023년 즈음에 활성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 7월에 다소 안정, 완전히는 아냐
완전 안정화, 증설 팹들 가동할 2023년 예상
우리나라, 중국에 맞서 8인치 팹 증설해야
팬데믹에 따른 산업 전반의 재료 수급 불안정이 끝나질 않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는 반도체 수급이 7월이 되어서야 단기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봤다.
▲ 7월부터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급 사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美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올해 3월, 64.7점에 달하며 1983년 이래 3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4월, 60.7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생산지수가 급락하며(3월 68.1 → 4월 62.5) 반도체 수급 안정이 불투명해졌다. 또한, 4월 공급자 운송시간지수는 75.0점, 재고지수는 46.5점을 기록했다. PMI 지수는 50점 이상이면 확장, 이하면 위축을 나타낸다.
재고지수 하락과 운송시간지수 상승에 따른 생산지수 하락은, 재고가 줄고 있음에도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높아져 생산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공급부족이 가장 극심한 자동차 산업의 경우, 4월 업계 평균 감산율이 -5.1%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완성차 수요 회복, 가파란 전장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여전하나,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라 생산계획을 하향한 것이다. 오는 7월부터 반도체 공급 상황이 개선돼 완성차 생산량은 증가할 것이나, 상반기에 축소됐던 완성차 생산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세계 경제를 나타내는 특징은, 가파른 경기회복에 따른 원자재와 부품의 극심한 공급부족(Shortage)과, 이에 따른 물가상승(Inflation)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쇼티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제조 비용 증가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들은 전 세계 수요의 70% 이상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수출’을 ‘전 세계 수요’의 대비변수로 활용할 수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2분기 수출은 역대급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45~4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 수급 개선에 따른 완성차 생산 증가, 스마트폰의 계절적 성수기 도래로, 단기에 높아진 수요처의 메모리반도체 재고도 상당히 낮아질 전망이다.
◇ 2023년, 반도체 수급 안정 원년
현재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하이엔드 파운드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을 준비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증설은 ASML의 EUV 장비 공급량이 늘어날 2022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따라서 정상화 시점은 2023년이 점쳐진다. 다만, DRAM 생산에 EUV 공정이 본격 적용될 시점과 맞물려 있어 예단은 할 수 없다.
▲ 인텔 애리조나 팹 전경 [사진=인텔]
미드레인지 파운드리의 경우,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은 2023년에 가동될 예정이며, 글로벌파운드리의 대규모 신규 팹 투자는 IPO 전에는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글로벌파운드리의 IPO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전망한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 2023년에 신규 팹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선 SMIC 외에도 TSMC가 난징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28nm 팹을 건설하고 있어 2023년 정상화가 기대된다. 또한, 중국은 로우레인지 파운드리를 확충해 CIS, DDI, PMIC 자체 생산도 노린다. 중국은 우드손(WOODSON)이라는 업체를 설립해 2023년 OLED DDI, CIS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 제재가 변수다.
그러나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탈이 우리나라의 매그나칩을 인수하면서 중국으로 국내 OLED DDI 제조기술 등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만약 우려대로라면, DDI 분야에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이 국가 경제와 안보 문제로까지 직결되는 요즘, 우리나라의 8인치 및 미드, 로우레인지 파운드리 증설이 향후 큰 과제가 될 것이다.
◇ 메모리 3강 공고한 가운데 키옥시아 부진 계속
DRAM은 예상보다 강한 글로벌 경기회복 및 전방산업의 변화, 반도체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로 2분기에 가격이 급등했다. 현재 메모리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 수준은 매우 낮고, 수요처들은 생산계획 차질로 업체별로 2~6주분을 더 비축한 상태다.
올해 하반기 DRAM 수급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 DRAM 팹의 CIS/DDR5 전환에 따라 공급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품목별 반도체 재고 확보 불균형에 따른 생산 차질로 발생한 ‘잠재수요-실질수요’는 전체 DRAM 수요의 2~2.5% 수준이다. 2022년에는 올해 대비 공급부족이 완화돼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NAND는 2분기 가격 안정과 하반기 공급부족 전환이 예상됐지만, 2분기 수요가 크게 늘며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성수기인 3분기에는 공급부족 전환 및 가격 상승 폭 확대가 기대되나, 4분기 수급 균형 또는 공급 초과 전환 가능성도 있다.
▲ 176단 NAND 양산에 최초로 성공한 마이크론,
키옥시아 인수 가능성 낮아 [그림=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는 지난해 10월, 도쿄 증시 IPO 계획 철회 후 2020년 4분기 적자 전환 및 2021년 상반기 적자 확대로 올해내 IPO가 불확실하다. 마이크론의 키옥시아 인수 시나리오도 현재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들과 적정가치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진행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내로 162단 NAND 양산은 어려울 전망이며, 2022년 162단 적용 비율도 20%를 밑돌 전망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채무불이행(Default) 및 해외자산 동결 위기에 따른 신규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자금 조달을 도와야 할 상황이나,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굴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견제에 따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128단 양산 능력 확보 및 256단 개발 로드맵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NAND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먼저 176단 양산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순으로 올 하반기 176단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황 우려에도 불구, NAND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사 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전망이다. 일본 및 중국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릴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