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은 현재 시스템 반도체라는 한쪽 다리가 없는 수준이며, 황무지와 같은 상황이라는 전문가의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설계 능력 필요한 혁신성·창조력 없이 제조만 열심
車 반도체, 국가적 지원 없이 자생적 발전 어려워
손흥민이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은 현재 시스템 반도체라는 한쪽 다리가 없는 수준이며, 황무지와 같은 상황이라는 전문가의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강훈식 국회의원은 충청남도, 한국자동차연구원 등과 함께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3 충남 미래자동차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차량용 융합 반도체 공공파운드리 구축에 대한 토론장을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는 차량용 반도체 공공 파운드리 구축과 고등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모빌리티 종합 기반 구축 사업 등의 정부 공모 사업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충청남도와 아산시가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훈식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내 차량용 반도체는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급률이 매우 미약한 상황”이라며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다방면의 정책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조원 3D프린팅연구조합 이사장(전 나노종합기술원장)은 ‘차량용 융합반도체 공공 파운드리 구축 방안’ 발제를 맡아 발표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 60%에 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조원 3D프린팅연구조합 이사장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기현 교수는 “세계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 중에 있으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율은 3%밖에 되지 않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산업의 시각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기에 새롭게 도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충청남도가 중심이 되어 공공조달 형태로 물꼬를 트고, 연착륙 시키는 혜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컴퓨터의 인텔, 스마트폰의 퀄컴, 자동차의 인피니언 등 절대 강자가 있고, 무림의 고수들도 많아 중소기업이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자동차는 특히 기능안전의 문제가 있어 수요기업은 다른 반도체로 바꾸는 것을 꺼려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토론에 참여한 김선우 메리츠증권 팀장은 “한국은 600조 ~ 700조의 반도체 시장에서 고작 25%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 국가일 뿐, 설계에 능력이 필요한 혁신성이나 창조력은 없이 열심히 제조하는 데 힘을 쏟는 특성화된 국가로 바뀌었다”며 “손흥민이 양발잡이라면 반도체는 한 발이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을 가진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던 미국 기업들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며 “설계 능력에서 뒤쳐져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동차 반도체는 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자생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퀄컴, NXP, 인피니언과 같은 기업들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와 협동해서 개발할 수 있도록 특수 조직을 유치하는 것도 필요하며, 충남의 지리적 특성 상 인력 유출에 대한 방안도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라 전했다.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시스템 반도체 시장 자체도 없고, 황무지 수준”이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3.3%밖에 되지 않고,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간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정책만으로는 팹리스 산업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며 “공공 파운드리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단지를 조성하고,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전문 클러스터 확보를 통한 중장기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의 공공 파운드리 인프라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며 충남에 공공 파운드리 구축을 추진한다면 최소 10년, 2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은 150개도 되지 않으며 자동차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은 10개도 되지 않다. 파운드리 구축과 함께 팹리스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충남이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시의적절하고,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빛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보선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 과장은 “산업부도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토론회에 참여하신 분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국가 R&D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자동차의 전동화, 자율주행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수급난이 안정화되었고, 생산차질도 상당 부분 줄었으나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걱정은 많을 것으로 알고 있기에 다시 썰물이 닥치기 전에 차근차근 준비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최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수요맞춤형으로 700억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고, 이로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예타를 준비하고 있다”며 “프로세스, 센서, 전력, 믹스 시그널 반도체 4대 영역 16개 분야 8,000억 규모로 열심히 준비 중이며 2023년 말, 2024년 초에 예타 신청하면 긴 호흡으로 덩어리를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