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2에서 전자파흡수율이 일부 시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문제가 프랑스 전파규제당국의 사후관리에서 드러났다.

현지시간(프랑스)으로 12일 프랑스 국립주파수관리국인 ANFR은 애플 아이폰12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전자파흡수율(SAR)이 나타나 애플에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ANFR 보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2가 팔다리와 같은 사지 전자파흡수율(SAR) 값이 기준치인 킬로그램당 4W(와트)를 초과한 5.74W인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NFR은 기준치를 초과한 애플에 판매 금지를 통보했다. 로이터·BBC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장 노엘 바롯(Jean Noel Barrot)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애플이 2주 안에 응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SAR 문제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유통 중인 모든 아이폰12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프랑스발 아이폰12 SAR 기준치 초과는 EU를 넘어 전세계로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프랑스는 다른 규제기관과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SAR 관련 국제기준이 일반인 대상 제품에서 사지(팔다리 등) 기준이 kg당 4W로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SAR 기준은 CE인증이 통용되는 EU 및 유럽경제지역(EEA)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향후 EU 전체 규제당국에 해당 결과가 공유·교차 검증되고 애플 아이폰12에 대한 유통 제한 및 개선 조치, 리콜 등 요구가 파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독일의 규제 기관은 프랑스 당국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며 프랑스와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소비자 단체는 자국 정부에 아이폰12 판매 중단을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준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모바일 제품 SAR 기준으로 전신과 사지에서 각각 kg당 0.08W와 4W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머리/몸통에서는 글로벌 기준인 kg당 2W보다 더욱 강화된 1.6W로 안정성을 강화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14일 보도에서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 위원장인 로드니 크로프트 교수와 프랑스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ANFR의 평가방법이 달라서 애플 및 다른 규제 기관과 결과값과 다를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전자파 측정·시험 방법이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으며, EU의 경우 CE인증 하에 SAR 기준이 동일해 프랑스 전파당국이 평가방법에서 표준을 적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전자파 전문가 또한 시험 방식이 달랐을 가능성에 대해선 높지 않을 것으로 보며, 소프트웨어 결함이거나 가능성은 낮지만 하드웨어 문제일 경우를 가정한다면 일부 생산주차에서 부품 결함에 따른 제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SAR 문제를 해결하기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해 ISO 업데이트로 인해 초기 SAR 시험 통과 당시와는 다른 전자파 방출 이슈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전문가는 “소프트웨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애플 입장에서도 비용 효율적일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다만 이 경우 현재 아이폰12의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전자파 방출을 줄이려면 문제가 되는 특정 기능에서의 기능 제한 및 기능 삭제 혹은 성능 제한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조치로 디버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삼성 갤럭시 S21과 S22 시리즈에서 GOS 기능 옵션을 통해 과도한 발열을 제어한 것과 비슷한 접근법의 해결책인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12가 여러 국제기관의 인증을 받았으며, 전세계 전자파적합성 관련 규정 및 표준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ANFR이 발표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3자 시험인증기관 결과를 프랑스 규제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전문가는 “프랑스의 전파 사후관리는 아이폰12가 출시된 지 3년에 가까운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용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국내도 이러한 전자파 사후관리에 대해 랜덤하게 평가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내 IT제조기업 및 전자파 관리기관에서도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용자 안전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