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수소를 -253도로 냉각해 생산된 액화 수소를 장기간 손실 없이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장거리 이송과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한 한국전기연구원 하동우, 고락길 박사
‘제로보일오프’ 기술, 수소 손실 無
장거리 이송, 탄소 중립 정책 기여
기체수소를 -253도로 냉각해 생산된 액화 수소를 장기간 손실 없이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장거리 이송과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명성호)이 미래 수소경제 실현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KERI 전력기기연구본부(본부장 이재복) 하동우, 고락길 박사팀이 개발한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은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기화되는 수소를 자동으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정 온도 변화로 수소가 기화되더라도 극저온 냉각을 통해 다시 100% 재응축해 액체수소로 만들어 보관한다. 연구팀은 최근 약 40리터의 액체수소를 만들어 2개월 이상을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하며 개발 기술의 성능을 증명했다.
액체수소는 -253도라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라도 온도 상승 등 환경 변화가 있으면 다시 기화가 되어 날아간다. 즉, 생산도 중요하지만 저장이 더욱 어렵다. 특히 액체수소의 장기간 보관 혹은 이송 시에는 이러한 상황이 더욱 크게 발생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하동우, 고락길 박사팀은 20여년 넘게 초전도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축적해 온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이번 연구에 응용했다.
액체수소 상용화의 가능성을 연 이번 성과는 경제적 관점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액체 형태의 수소는 가스 대비 부피가 작고 고압의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충전소 등에서는 수소를 보관하기 위한 부지는 대폭 줄이고 수소의 저장량은 늘릴 수 있다.
또한 수소 저장의 안정성도 높아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운송 개념에서는 기존 가스를 옮기던 때보다 수소를 액체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전국적으로 수소의 보급을 크게 확산시킬 수 있다.
현재 전국의 60여개 수소 충전소는 모두 기체(가스) 형태로 수소를 저장한 뒤 공급하고 있다. 수소가스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고압으로 압축해서 단단한 탱크 혹은 트레일러에 저장하는데, 압축 수준이 무려 700배에 달해 폭발 위험성 문제가 항상 대두됐고, 수소의 장기 저장 및 이송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하여 액화한 것으로, 부피는 기체 형태 대비 무려 800배나 작아 보관 안전성이 높고, 운송 효율도 무려 7배 이상 높다. 반면에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극저온(-253도)으로 냉각시키고, 무엇보다 수소가 다시 증발하지 않도록 손실 없이 최소화하면서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안정성·효과성·경제성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다.
고락길 책임연구원은 “액체수소의 장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만들고 장기간 보관하는 기술이 관건이었는데, KERI가 최고 수준의 극저온 냉동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난제를 매우 간편하면서 효과적으로 해결했다”며 “액체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저장하는 것을 넘어, 장거리 이송과 폭 넓은 활용까지 가능하게 할 기술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KERI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수소 모빌리티(선박, 차) 및 건물용 연료전지 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경남도 및 창원시 등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꾸준한 수소-전기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지향적 수소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