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 이정환)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과 포스텍 노준석 교수 및 경희대 의과대학 최삼진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소변 내 대사체의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스트립 형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 증폭을 위한 스트립 형 소변 센서 개발 및 현장 암 진단 기술’의 모식도
별도 분석 불필요, 스트립형 현장 고감도 진단
소변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돼 향후 난치병 조기 진단을 통해 암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KIMS, 원장 이정환)은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과 포스텍 노준석 교수 및 경희대 의과대학 최삼진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소변 내 대사체의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스트립 형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술은 검사가 필요한 시점에 소변을 소량(10uL)으로 용적한 후 빛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검사기기는 스트립 형으로 제작되어 현장에서 신속 고감도로 암을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암 환자와 정상인 소변 내에 존재하는 대사체 구성성분의 차이에 주목했다. 체내 암세포가 증식하게 되면 비정상적인 물질대사로 인해 정상인과 다른 대사체를 소변으로 분비하게 된다.
이를 기존의 기술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큰 장비가 필요해 현장 적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공성 종이 위에 산호초(Coral) 모양의 플라즈모닉 나노소재를 형성해 소변 내 대사체 성분의 광신호를 10억 배 이상 증폭하는 표면증강라만산란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에 소변을 용적하고 빛을 조사하면 암 대사체 신호가 센서 표면에서 증폭되어 암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획득한 분광 신호를 인공지능 기반 분석법을 적용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99%까지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사용되는 다수의 암 진단 기술은 혈액검사 또는 영상의학적 방법으로 암의 존재를 찾고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한다. 많은 이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암 발생을 추적하고자 노력하지만, 암을 늦게 발견해 치료가 늦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 어려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잦다.
이번 연구는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생체시료인 소변을 사용했다. 소변을 이용한 새로운 암 진단법, 현장형 신속 암 환자 스크리닝, 암 환자 치료 후 재발 모니터링 기술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스트립 형 센서의 생산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량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정호상 선임연구원은 “췌장암과 같이 진단 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암의 경우 발견이 어려워 최초 진단 후 생존율이 낮다. 매일 국내에서 14명의 췌장암 환자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고 1인당 경제적 비용은 연간 6,300만원 수준”이라며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은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한 만큼, 본 기술이 새로운 진단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 연구성과는 한국재료연구원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 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또한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es and Bioelectronics, IF: 12.5, JCR 상위 < 3%)’에 1월9일 자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관련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출원했다.
현재 연구팀은 전립선암, 췌장암을 시작으로, 대장암, 폐암 환자의 소변을 분석해 진단 가능한 암의 종류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