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전(全) 직원 원격근무 기업이었던 깃랩이 한국 기업들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격근무 노하우를 공유했다. 깃랩은 원격근무자들이 협업 소프트웨어, 화상회의 플랫폼, 공유문서 등을 통해 협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원격근무, 코로나 종식되도 新 근무형태로 자리
업무 수행 방법 지침을 단일화 하고 공개 필요
임대료 절약, 다채로운 인력 체계 구축 가능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몇몇 기업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원격근무를 지속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향후 10년 이내에 전 직원 50%가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깃랩의 임직원은 1,300여 명이지만 사무실은 0개다 [그림=깃랩]
코로나19 이전에도 많은 근로자가 컴퓨터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고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공유했기에 임시적인 조치였지만, 원격근무는 비교적 수월하게 도입될 수 있었다. 출퇴근 과정의 삭제, 눈에 띄는 업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임직원의 근무 효율성을 높였다.
빛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주요 업무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새롭게 추가된 업무 등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다. 관련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원격근무를 시작하게 된 중소기업은 기존 사업을 이어가기조차 벅찬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전(全) 직원 원격근무 기업이었던 깃랩은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기업들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격근무 노하우를 공유했다. 깃랩은 현재 데브옵스(DevOps) 라이프사이클 단계를 단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한 ‘깃랩(GitLab)’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10만 개 이상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깃랩을 이용하며, 사용자 수는 약 3천만 명에 이른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깃랩은 68개 국가와 지역에 걸쳐 1,300명 이상의 팀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 사무실은 없다. 지난 2014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직원들의 원격근무를 권장했기 때문이다.
◇ 협업 도구와 업무 지침을 마련해야
깃랩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협업 도구로 시작됐고, 팀원들이 같은 지역에 있지 않더라도 작업이 가능하게 한다. 깃랩은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한 지침 정보를 단일화하기 위해 핸드북을 문서로 만들었다. 팀원들은 지금도 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핸드북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깃랩 원격근무 책임자 대런 머프 [사진=깃랩]
지난 2019년, 원격근무 책임자로 영입된 대런 머프(Darren Murph)는 “재택근무는 직관적이지 않다”라며, “모든 인력이 재택근무를 하는데 사무실 근무 때처럼 업무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적 의식적인 계획을 통해 원격근무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머프와 깃랩은 포괄적인 원격근무 가이드인 ‘
원격근무 플레이북’을 발간했다. 플레이북은 코로나 이후 다운로드 건수가 7만 건을 넘어섰다. 머프와 리더십 팀은 원격근무에 관한 모범 사례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직업은 여전히 물리적인 만남이 필요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온라인 진단하는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많은 직업이 자동화되고 있다. IT 기업들은 이미 원격근무를 위한 도구나 방식에 익숙하며, 업무 대부분이 컴퓨터로 수행되는 그 어떤 산업도 원격근무 체제에 들어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머프는 “깃랩은 일부 의도적인 계획을 통해 팀이 협업 소프트웨어, ‘줌(Zoom)’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와 같은 공유문서 등을 통해 협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라고 밝혔다.
◇ 지역 의존적인 신규인력 채용에서 벗어날 수 있어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부동산 임대 비용을 절감하고, 모든 지역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여러 장기적인 이점들을 얻을 수 있다. 깃랩은 현지 급여 수준에 맞는 보수를 책정하고, 각 팀원에 대한 공정한 급여를 결정하기 위해 ‘
보수 계산기(Compensation calculator)’를 사용한다.
이 방식으로 깃랩은 기술이 집약된 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도 인재를 채용했다. “원격근무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는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더 다양한 인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라고 머프는 말했다.
깃랩은 일부는 원격으로, 일부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서는 주의하길 권고했다. 머프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꼭 해야 한다면 원격근무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리더들이 원격으로 근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깃랩은 원격근무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10가지 지식 평가에 근거한 ‘
원격근무 인증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코세라와 제휴하여 ‘
원격근무 관리 강좌’를 개설했으며 조만간 한국어 번역도 제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머프는 한국 기업들에 원격근무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한 지침 정보를 단일화한 핸드북 작성 ▲성공적으로 원격근무를 수행한 기업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션(Ask Me Anything Session)’ 진행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직원 설문조사 실시 ▲원격근무 디렉터 채용과 전담 인력 확보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