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쏘아올린 양자통신 위성 이름으로 ‘묵자’를 택한 이유도 전쟁 반대와 평화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묵자호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양자 위성으로 ‘창정 2-D’라는 로켓에 몸을 싣고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준비 기간만 8년이 넘게 걸렸다는 데에서 중국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정복 전쟁 시기, 이른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홀연히 나타나 ‘전쟁 반대’를 외치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모든 사람을 더불어 사랑하자는 겸애(兼愛)를 강조한 묵가(墨家)를 대표하는 묵자(墨子)입니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침략전쟁의 시대, 인간애 정신으로 무장한 이 철학자의 작은 외침이 시대의 조류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의 정신은 후대의 사람에게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중국이 지난해 쏘아올린 양자통신 위성 이름으로 ‘묵자’를 택한 이유도 전쟁 반대와 평화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준비 기간만 8년이 넘게 걸렸다는 이 묵자호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양자 위성으로 ‘창정 2-D’라는 로켓에 몸을 싣고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전용 중계 장치를 개발하고 분당에서 용인, 수원까지 왕복 112Km 구간의 실험망에서 양자암호키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처럼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 부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양자 위성은 양자 통신을 상용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사됐습니다. 불확실성을 가진 양자 역학을 통신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양자 통신이라는 것이죠. 양자 통신의 가장 큰 장점은 해킹은 물론, 도청 감청이 불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불확성의 원리를 가진 양자 역학에 따르면, 통신에서도 도 감청이 시도되는 순간에 암호 키 자체가 손상돼 통신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특히나 정보의 연결성이 화두인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보안 침해를 원천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은 양자통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담대한 도전은 지난 6월에 일단 첫 결실(?)을 맺은 듯 보입니다. 중국과학원은 양자통신 위성을 이용해 1200Km 떨어진 지역에 양자 정보를 순간 이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지상 500Km 궤도의 묵자호에서 매초 600만 쌍의 광자를 생성해 이중 한 쌍을 기지에 전송했습니다. 위성에서 보낸 양자가 1m 크기의 지상 기기 목표물에 순간 이동됐다는 말입니다. 이 실험에서 사용한 ‘양자 순간이동’은 광자의 양자 얽힘(entangle) 상태를 이용한 양자 정보를 한 곳에서 사라지게 했다가 동시에 다른 곳에 나타나게 하는 기술입니다.(그래서 인간의 순간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죠)
이처럼 양자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세계 각 국은 10여 년 전부터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아직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술 선진국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앞서 양자 위성을 쏘아 올린 중국을 비롯해서 IT강국인 우리나라까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세우고 매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며 유럽은 ‘퀀텀 유럽’이라는 프로젝트를, 일본은 2010년에 동경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한 한국은 지난해 국내 첫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하고 시험 검증할 수 있도록 양자암호통신 테스트베드를 열었습니다. 지난 6월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전용 중계 장치를 개발하고 분당에서 용인, 수원까지 왕복 112Km 구간의 실험망에서 양자암호키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자 기술 개발과 묵자의 비공
하지만 모든 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면이 있는 법입니다. 양자 통신이 해킹이 전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완전한 창과 방패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안전한 통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기술이겠지만 반면 군사용으로 얼마든지 전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북한의 양자암호통신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에 활용하겠다고 나선 선진국과는 달리 북한의 용도는 군사용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다시 묵자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고전 [묵자]에 남을 공격해서 전쟁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비공(非攻)편이 있습니다. 강대국 초나라에서는 그 유명한 기술자, 공수반이 운제(雲梯)라는 새로운 공성(攻城) 무기를 개발하여 약소국인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묵자는 초나라로 달려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지만 초나라왕은 침공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이에 묵자가 초왕이 보는 앞에서 공수반과 모의전쟁을 벌여 모형 운제 공격을 모두 막아내자 왕은 송나라를 공격하겠다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이 일화는 묵자, 그가 한 개인의 평화를 떠나 세상 모든 인류의 평화를 위해 침략자에 맨몸으로 맞선 실천적인 철인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역사가 묵자의 시대를 바로 인간의 발견, 인간 각성의 시대라고 일컫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고대의 평화주의자의 이름을 딴 양자통신 위성 묵자호가 우주에 떠 있는 지금, 최첨단 기술과 평화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