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기계를 만드는 또 다른 기계인 공작기계(Mother machine)의 핵심인 ‘CNC 시스템용 구동계’ 기술을 국산화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공작기계의 핵심인 ‘CNC 시스템용 구동계’ 기술을 국산화 개발하는 데 성공한 KERI 김형우 박사(왼쪽)·김홍주 박사(오른쪽)
전기연, 구동계 국산화 성공·초정밀 가공 실현 기대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공작기계 ‘팔다리’ 구동계 기술 국산화에 성공해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의존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전기연구원은 기계를 만드는 또 다른 기계인 공작기계(Mother machine)의 핵심인 ‘CNC 시스템용 구동계’ 기술을 국산화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시스템’은 컴퓨터를 통해 수치 정보를 처리하고, 공작기계의 위치와 속도, 회전 등 모든 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전자모듈로, 컴퓨터로 치면 CPU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 발전의 아킬레스건은 핵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특히 공작기기 CNC 시스템은 95% 이상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기술 환경이 열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정밀 기기 가공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에서 CNC 시스템의 국산화는 국가 전략기술 분야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산업부를 중심으로, KERI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출연(연)과 연세대, 단국대 등 10개 대학, CNC 기술 공급업체 8곳 등 국내 산학연이 힘을 모아 855억원 규모의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사업’이 2020년부터 진행됐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타격을 받고, 뒤 이어 공작기계 분야까지 수출금지 품목에 올리려는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CNC 시스템의 기술 자립화에 대한 필요성 제기됐다.
당시 창원상공회의소는 일본이 CNC 시스템 수출을 막으면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의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에 산업부가 855억원 규모의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이 시작됐고, 최근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KERI가 맡은 구동계 기술은 CNC 시스템에서 팔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가격 기준으로도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분야로 손꼽힌다. 구동계는 어떤 소재를 깎거나 혹은 어떤 하중이 걸리더라도 모터와 드라이브 등이 일정한 속도와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작업 정밀도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눈이나 손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오차를 레이저나 3D 스캔장비 등으로 측정해야 한다.
10여년 넘게 전기기계 시스템 분야 정밀제어 연구 역량을 축적해 온 KERI는 구동계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면서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고, 공작기계 대표 기업인 현대위아, 디엔솔루션즈 업무 현장에서의 실증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존 선진 수입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초정밀 기계 가공 품질을 자랑하며 신뢰성을 높이는 등 업계의 큰 관심을 받으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ERI 김홍주 정밀제어연구센터장은 “기존 제조업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 국가 전략산업이 대부분 정밀 기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는 장비·기기의 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공작기기 구동계는 가공제품의 생산성, 정밀도,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구성품으로, 국산화 개발을 통해 외산 제품에 대한 기술 종속을 줄이고, 연간 3,000억 원대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꾸준한 연구과 다양한 기업 실증을 통해 구동계의 정밀도를 나노미터급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업그레이드형 스마트 구동계 기술을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산업용 로봇도 실증화한다는 목표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