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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 FPGA 기반 sHIL로 EV 전력변환 제어기 검증 패러다임 바꾼다

기사입력2025.09.29 05:55


NI의 정재형 차장
 
전기차(EV)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만이 아니다. 이 두 요소를 이어주는 전력변환기, 즉 인버터(Inverter), 온보드 차저(OBC), DC-DC 컨버터, ICCU(통합 충전·변환 장치)는 차량의 성능·효율·안전성을 좌우하는 신경망과 같다. 최근 전력 소자의 고도화, 시스템 통합, 고전압 플랫폼의 확산은 이들 제어기의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증 방식 역시 혁신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테스트·측정 전문기업 NI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기반 Signal-level HIL(sHIL)을 중심에 둔 차세대 검증 전략을 내놓았다. NI 정재형 차장은 인터뷰에서 인버터부터 ICCU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법을 제시하며, FPGA 기반 sHIL은 EV 제어기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변환기의 복잡성, 검증을 바꾸다
 
과거 내연기관차 제어기는 기어박스나 연료 분사 같은 물리적 대상만 다루면 충분했다. 그러나 전기차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ECU는 더 이상 단순한 제어 로직이 아니라, 고전압·고전력 회로 전체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은 인버터, OBC, DC-DC를 하나의 제어기에 묶은 ICCU(X-in-1 아키텍처)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배선 감소, 공간 절약, 효율 향상이라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ECU 입장에서는 훨씬 복잡한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긴다. 여기에 SiC(실리콘카바이드), GaN(질화갈륨)과 같은 차세대 전력 소자의 등장으로 스위칭 속도가 높아지면서, 시뮬레이션과 검증 환경도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해야 한다.
 
단계적 HIL – 가상에서 실제로
 
NI의 전략은 V-사이클 개발 프로세스와 맞닿아 있다. 즉, “가상의 범위를 점차 줄이고 실제를 키워나가는” 단계적 검증이다.
 
1. Signal-level HIL (sHIL)
ECU(제어기)는 실제 하드웨어로 두고, 배터리·전력회로·모터는 FPGA 기반 모델로 가상화한다. 알고리즘, 통신, 고장 주입(Fault Injection) 같은 위험 테스트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2. Power-level HIL (pHIL)
실제 고전압 전력을 인가해 배터리 사이클러·모터 에뮬레이터를 활용한다. 전력 손실, 보호 로직, 열적 거동 등 실제 조건에서 안정성을 검증한다.
 
3. e-Dyno(테스트셀)
실제 모터·배터리를 연결해 최종 차량 환경과 유사한 수준에서 검증한다. 앞 단계의 모델과 시나리오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어 효율적이다.
 
“실제 테스트라고 하는 건 처음에는 ECU만 실제로 두고 나머지를 전부 가상화하다가, 점차 실제를 확대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오늘 우리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ECU만 실제이고 나머지는 FPGA 시뮬레이션으로 구성하는 Signal-level HIL입니다.” - NI 정재형 차장
 
FPGA – EV 검증의 게임 체인저
 
전력회로 검증에 FPGA가 주목받는 이유는 연산 방식의 근본적 차이에 있다. CPU는 데이터를 0과 1로 변환해 메모리에 저장하고 연산하는 구조다. 아무리 성능이 빨라도 데이터 입출력 지연은 피할 수 없다. 반면 FPGA는 신호를 그대로 받아 논리 게이트 단위에서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예컨대, NI의 최신 PXIe-7891 모듈은 400kHz PWM, 2.5ns 신호 캡처를 지원하며, 인버터와 모터 4개를 동시에 모델링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초고속 전력회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차별성에 대하여 정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FPGA는 데이터를 굳이 0과 1로 바꿔서 메모리에 올리지 않습니다. 신호 상태 그대로 곱하고 더하며 연산을 하죠. 그래서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전력회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자동차 구동계까지 포함한 복잡한 모델을 한 번에 넣을 수 있습니다.”
 
 
ICCU 검증 – 통합이 만드는 새로운 난제
 
하지만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전력변환기 ICCU(X-in-1 아키텍처)는 통합이 주는 장점만큼이나 난제도 크다. 과거에는 OBC만 제어하거나, LDC만 제어하면 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ECU가 두 가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는 제어 알고리즘의 충돌, 우선순위 설정, 부하 분배 등 다양한 리스크를 내포한다.
 
이 때문에 검증 시스템 역시 더 빠르고 큰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FPGA 기반 sHIL은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재현할 수 있어, ICCU 개발의 필수 검증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 비교
 
EVPC 검증 시장은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왔다. 현재 주요 경쟁사로는 dSPACE(독일), OPAL-RT(캐나다), ETAS(독일), A&D(일본) 등이 있다.
 
dSPACE
전통적인 강자. MATLAB/Simulink 기반 소프트웨어 모델 호환성이 뛰어나고, OEM 레퍼런스가 풍부하다. 그러나 FPGA 기반 전력회로 시뮬레이션에서는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안정적인 선택지”이지만, EVPC 고속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OPAL-RT
FPGA를 활용한 실시간 전력전자 시뮬레이션에 강점이 있다. 연구기관과 항공·전력망 분야에서 입지가 강하다. 다만 자동차 ECU 친화적 아키텍처와 인터페이스 지원이 부족해 Tier-1·OEM 협업 경험은 제한적이다. EV 영역에서는 NI와 협력·경쟁을 병행한다.
 
ETAS
Bosch 자회사로 한때 HIL 시장에서 강세였으나, 현재는 캘리브레이션·진단 툴에 집중하며 HIL 사업을 축소했다. 과거의 강자에서 틈새 집중형 기업으로 변모한 상태다.
 
A&D (일본)
일본 내 OEM에 특화된 HIL 업체로, 지역 고객 밀착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확장성과 EVPC 복잡성 대응에서는 한계가 있다.
 
NI의 차별화 포인트는 ▲20년 이상 축적된 FPGA 경험, ▲자동차 인터페이스 전폭 지원, ▲파트너십 기반 턴키 제공, ▲일본 OEM 프로젝트 선정 레퍼런스 등이다. 즉, dSPACE의 안정성, OPAL-RT의 순수 성능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자동차 산업 특화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
 
흥미로운 점은 NI의 HIL 플랫폼이 EV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 선박, 연료전지 기차, 충전 인프라 검증 등 다양한 응용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NI가 단순 벤더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임을 보여준다.
 
 
EV 제어기는 고속화·통합화·안전성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FPGA 기반 sHIL은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이자, 차세대 검증 플랫폼의 핵심이다.
 
정재형 차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EV 제어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FPGA 기반 sHIL은 이러한 난제를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이고, 앞으로는 인버터와 OBC, DC-DC, ICCU까지 아우르는 검증 플랫폼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NI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제안이 아니라 EVPC 검증의 패러다임 전환 선언에 가깝다. 앞으로 EV 시장의 확대와 함께,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속도와 범위가 업계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V 전력 변환 제어기의 신호레벨 HIL 솔루션, NI ITS
2025-10-16 10:30~12:00
NI / 정재형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