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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현장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 로옴이 바꾸는 산업용 AI 역할

기사입력2025.11.05 10:16

로옴, 현장 학습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MCU 공개
초저전력 AI MCU로 스마트 팩토리 혁신 주도 기대

 
현장에서 시작되는 AI 혁명
지난 수년간 인공지능(AI)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속에서 세상을 바꿔왔다. 하지만 데이터가 생성되는 바로 그곳, 즉 공장 설비와 기계 장치의 가장자리(edge)에서는 AI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네트워크 지연과 보안 문제, 막대한 비용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제 이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AI가 클라우드라는 두뇌를 떠나, 현장의 작은 칩 안으로 스며들고 있다.

공장 한복판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모터에 부착된 작은 칩이 스스로 기계의 미세한 진동 패턴을 학습하고, "곧 베어링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미리 알려준다면 어떨까. 일본의 반도체 기업 로옴(ROHM)이 바로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로옴이 개발한 '온디바이스 러닝(On-Device Learning) MCU'는 클라우드 연결 없이 디바이스 자체에서 학습과 추론을 모두 완결하는 혁신적인 반도체다.
 
이는 단순히 클라우드에서 학습된 모델을 실행하는 기존의 '엣지 AI'를 넘어, AI가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성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음의 마이컴 전문 대리점 코리아 료산 지옥근 솔루션 기술부 부장
 
왜 AI는 클라우드를 떠나야 했는가?

기존의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은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공장 자동화나 실시간 설비 제어와 같은 영역에서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로옴의 기술이 갖는 혁신성을 파악하는 첫걸음이다. 기존 모델은 산업 현장의 핵심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 네트워크 의존성 및 지연 (Network Latency): 클라우드 AI는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분석된 결과를 다시 돌려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 지연(latency)은 수 밀리초(ms)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제어 공정에서는 치명적이다. 모터의 미세한 이상 진동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지연은 곧 생산 라인의 중단이나 설비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보안 위험 (Security Risks): 공장의 운영 데이터, 생산 노하우가 담긴 민감한 정보를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것은 심각한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유출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 비용 및 설치 문제 (Cost and Installation): 고성능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CPU와 대규모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이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지속적인 운영 비용을 발생시킨다. 특히 방대한 규모의 기존 비네트워크 장비에 최신 기능을 추가하는 이 ‘레트로피팅(retrofitting)’ 과제는 산업 AI의 광범위한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이 대부분 극복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산업 현장은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가 끊겨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저비용으로 쉽게 기존 설비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AI 솔루션을 찾게된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온디바이스 AI'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왜 필연적인 선택이었을까?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반도체

로옴은 앞서 제기된 산업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그들의 비전은 단순히 AI를 작은 칩에 탑재하는 것을 넘어, 칩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지능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디바이스 자체에서 학습과 추론을 완결한다"는 명확한 개발 철학에서 출발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로옴은 의도적으로, 그리고 더 도전적인 길을 택하며 업계의 통념에서 벗어난다. 대부분의 ‘엣지 AI’ 솔루션이 클라우드 두뇌의 원격 수족처럼 사전 컴파일된 모델을 실행하는 데 그치는 반면, 로옴의 철학은 칩 자체에 학습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동일한 모델의 장비라도 설치 환경이나 개체별 미세한 차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기존 엔드포인트 AI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로옴은 이 문제를 '온디바이스 러닝'으로 해결했다. 그들의 AI MCU는 현장에서 직접 장비의 정상 상태를 학습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변화에 맞춰 스스로 재학습(relearning) 및 추가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 이로써 각 장비는 자신만의 고유한 상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AI 모델을 갖게 된다. 클라우드 사전 학습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진정한 독립형 AI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기술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명확하다.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비용이 필요 없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 유출 위험이 없는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며, ▲각 설비에 최적화된 이상 감지를 통해 생산 라인 중단 위험을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보장한다. 로옴의 해답은 반도체를 단순한 연산 장치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체'로 격상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로옴은 이러한 비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했을까?

Solist-AI™와 AxlCORE-ODL의 작동 원리

로옴의 비전을 현실로 만든 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절묘한 결합이다. 핵심에는 독자적인 AI 알고리즘인 Solist-AI™와 이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AI 가속기 AxlCORE-ODL이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로옴의 혁신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온디바이스 러닝(On-Device Learning)'의 개념 : 기존의 엣지 AI는 '추론(Inference)' 기능에 국한되었다. 클라우드에서 만들어진 지능을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로옴의 온디바이스 러닝은 '학습(Learning)'과 '추론'을 모두 디바이스에서 수행한다. 이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덕분에 현장에 설치된 후에도 환경 변화나 기계의 노후화에 따라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재학습, 추가 학습)할 수 있다. 즉, AI가 현장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KES에 전시된 Rohm사의 Solist -AI 데모 장비
 
  • AI 알고리즘 Solist-AI™ : 이 혁신을 뒷받침하는 알고리즘이 바로 Solist-AI™다. 이 기술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신경망 모델 중에서도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3층 피드포워드 신경망(FFNN)'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러닝에 최적화된 '변형된 ELM(Extreme Learning Machine)'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신경망의 입력층과 중간층을 연결하는 가중치(𝜶)는 업데이트하지 않고, 중간층과 출력층을 연결하는 가중치(𝜷)만 업데이트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한쪽 연결은 고정한 채 다른 쪽만 훈련함으로써 연산 부하를 극적으로 줄여, 제한된 자원을 가진 MCU 환경에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열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한 LogiCoA™ 마이컴 데모 시현
  • 독자적인 AI 가속기 AxlCORE-ODL : AxlCORE-ODL은 로옴의 기술적 독창성이 집약된 하드웨어 AI 가속기다. 이 가속기는 MCU의 CPU와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주변장치(peripheral)처럼 설계되었다. 센서 데이터가 입력되면 CPU는 AxlCORE-ODL에 AI 처리 시작을 지시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학습과 추론의 모든 복잡한 연산은 AxlCORE-ODL이 전담하며, 심지어 고속 푸리에 변환(FFT)과 같은 부담이 큰 데이터 전처리 작업까지 하드웨어에서 직접 처리하여 CPU를 더욱 자유롭게 한다. 이 구조 덕분에 AI 처리가 CPU에 거의 부하를 주지 않으며, 소프트웨어로 처리할 때보다 이론적으로 약 1,000배 빠른 처리 속도와 초저전력 동작을 실현할 수 있다.
이처럼 Solist-AI™라는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AxlCORE-ODL이라는 강력한 하드웨어의 조합을 통해, 로옴은 작은 MCU 칩 하나만으로 완전 독립형 AI 솔루션을 구현해냈다. 이제 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산업 현장을 바꾸는 AI MCU의 활약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가에 있다. 로옴의 온디바이스 러닝 AI MCU는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잠재력을 입증하며,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 예지보전 (Predictive Maintenance): 공장 모터의 고장 징후 포착 이 과정은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의 대표적인 사례다. AI는 ‘불량’ 신호가 무엇인지 미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정상’ 상태의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모든 편차를 감지한다. 덕분에 예측하지 못한 유형의 고장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공장 자동화의 핵심인 모터를 상상해보자. 로옴의 AI MCU는 모터에 부착된 가속도 센서로부터 3차원 진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받아 '정상 상태'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한다. 이후 모터가 계속 가동되면서 베어링 손상이나 부하 불균형 같은 미세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AI는 학습된 '정상' 패턴과의 차이를 감지하고 '평소와 다름'이라는 비정상 지수를 출력한다. 관리자는 이 신호를 통해 모터가 완전히 고장 나기 전에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수 있다. 이는 고장 발생 후 수리하는 사후보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비의 상태를 기반으로 유지보수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상태 기반 유지보수(CBM)'를 완벽하게 구현한 사례다.
  • 열화 예측 (Degradation Prediction): 광전 센서의 수명 예측 생산 라인에서 부품 유무를 감지하는 광전 센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광부와 수광부의 성능이 저하된다. 로옴의 AI MCU는 센서의 누적 측정 횟수와 함께 수광부의 광량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를 통해 성능 저하 패턴을 파악하고, 센서의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열화 지표'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각 센서의 교체 주기를 개별적으로 최적화하여 유지보수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미세 균열까지 감지하는 초음파 포렌식 표준적인 진동 감지를 넘어, 로옴의 MCU는 재료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할 때 생기는 미약한 고주파 탄성파를 감지하는 음향 방출(Acoustic Emission, AE) 센서의 데이터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진동이나 온도로는 감지할 수 없는 극초기 단계의 결함을 포착하는 것으로, 예지보전을 거의 ‘미세 법의학(microscopic forensics)’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최첨단 적용 사례다.
  •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 로옴의 기술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장 자동화(FA) 센서 자체의 이상 감지, 산업용 로봇의 최적 조정 시점 판단, 가전제품의 고장 예측, 전동 공구의 부하 상태 모니터링 등 센서 데이터가 발생하는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다. 데이터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적용 사례들은 로옴의 AI MCU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산업 현장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스스로 생각하는 칩'이 여는 미래

지금까지 살펴본 기술과 사례를 종합해볼 때, 로옴의 온디바이스 러닝 기술이 갖는 산업적 함의는 단순히 '더 작고 빠른 AI'를 넘어선다. 이는 AI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며, 시장에서 로옴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는 산업 IoT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한다. 로옴은 단순히 더 스마트한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장비 제조사들이 기계 판매를 넘어 ‘가동 시간 보장(guaranteed uptime)’이나 ‘서비스형 성능(Performance-as-a-Service)’ 모델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핵심 도구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 칩의 ‘완전 독립형’ 특성이야말로 서비스 가치를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과 분리시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린치핀(lynchpin)이다.

경쟁사들의 솔루션과 비교할 때 로옴 기술의 차별점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1. '클라우드 사전 학습 불필요': 대부분의 엣지 AI가 클라우드 의존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로옴의 솔루션은 현장에서 제로베이스 학습이 가능하다.
  2. '현장 재학습 가능': 한번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AI가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한다. 이는 장비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게 해준다.
  3. '완전 독립형': 네트워크 연결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은 보안, 비용, 설치 용이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며, 특히 기존 설비의 스마트화(retrofitting)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은 결합하여, 특히 거대하면서도 역사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웠던 기존 산업 장비에 지능을 추가하는 ‘레트로피팅’ 시장에서 로옴에게 강력한 경쟁 우위(moat)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로옴은 단순한 AI 반도체 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지능'을 모든 기기에 이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I가 이제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넘어, 우리 주변의 모든 회로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AI가 회로로 스며드는 시대

로옴의 온디바이스 러닝 MCU는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AI는 더 이상 먼 곳에 있는 거대한 두뇌가 아니라, 우리 주변 모든 사물의 신경계 속으로 스며들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회로로 스며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미래의 제조업, 로보틱스, 스마트홈,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모습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기계들은 더 이상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환경과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지능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성능 저하를 스스로 진단하며, 사용자의 패턴에 맞춰 동작을 최적화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기술이 더 작고, 더 똑똑해지며, 우리에게 더 가까워지는 미래. 로옴의 작은 반도체 칩은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강력한 혁명을 이끌고 있다.

마이컴 입문
2025-11-25 10:30~12:00
ROHM / 지옥근 FAE (MCU 기술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