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은 모든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일인자의 자리는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배터리 재활용 후 고부가가치 창출해야 진정한 의미”
“블랙매스 선도업체 공석·후발주자 가치 창출 여려워”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은 모든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일인자의 자리는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손정수 한국지질연구원 배터리 재활용 연구단 연구원은 지난 14일 킨텍스에서 열린 K-BATTERY SHOW 2023에서 한국EV기술인협회과 주관한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재활용기술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손정수 한국지질연구원 배터리 재활용 연구단 연구원
손 연구원은 “폐배터리 사업 전망은 모든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고, 투자도 이어 나가고 있는 반면 그 누구도 아직 시장을 재패하지는 못했다”며 못박았다.
이어 그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핸드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화재와 폭발과 같은 문제에 매우 민감해 기존 제품이 아니면 아무도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재활용을 통해 얻은 금속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공급해 나가야 진정한 재활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재활용을 하는 기술에만 매달리지 않고, 셀을 만드는 업체, 판매하는 업체 등이 함께 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040년 전기차 폐차 4,000만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또한 전기차 전 주기 탄소발자국의 약 30%를 차지하고,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은 경제성 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또한 친환경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의 CRMA를 비롯해 미국의 IRA 등에 대응해야 하는 흐름 상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손정수 연구원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배터리를 재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꼬집었다.
손 연구원은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의 화두는 폐배터리 처리 과정에 발생하는 잔류물을 분쇄한 후 나오는 블랙매스였다고 전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희귀금속이 채굴과 정제도 늘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인권문제와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으며, 블랙매스에서 추출한 금속을 신품에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블랙매스에는 코발트, 리튬, 니켈 등 희귀한 금속이 포함되어 있어 재활용의 핵심이 되는데, 이를 만드는 과정을 선도하는 기업도 꼽기 어려우며 후발 주자들은 블랙매스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손 연구원은 재활용 최신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고 작업자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세스 구축을 꾀하는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으며 무방전 파쇄 기술로 염수/기계 발전 대비 환경오염을 저감하는 공정 도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캐나다의 라이사이클(Li-Cycle)이 블랙매스 제조에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꼽으며 유일한 기술상용화에 이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라이사이클에 2021년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
라이사이클은 700kg 무게의 배터리 팩을 방전, 해체 과정 없이 파쇄하는 작업을 시연하기도 했는데, 이는 특허받은 용액을 활용한 것으로 화재와 폭발의 위험성을 줄인 데 이어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주목받았다.
라이사이클은 2023년 하반기 연간 최대 3만5,000톤의 블랙매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자리매김할 예정인 미국 로체스터 허브(Hub, 후처리 공정 시설)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할 황산니켈 생산을 시작한다.
손정수 연구원은 1년 내내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일 국내 첫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경주에 구축한다고 발표하며, 2026년 처리시설이 갖춰지면 연간 1만톤의 블랙매스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후처리 공정에서도 자체개발한 용매추출 공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저비용 고순도 희소금속 회수를 위한 용매추출과 고효율·친환경적인 차세대 금속 회수 등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포스코도 리사이클링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배터리 코리아 2023’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핵심광물의 에너지비용이 200kWh/kg인데 반해 리사이클링은 55kWh/kg이며,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채굴 10.3kg, 리사이클링 2.8kg로 리사이클링의 효과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 제조 공정상 배출되는 스크랩(불량) 리사이클링을 포함할 시 2030년 기준 전체 필요 원료량의 약 10%를 공급할 수 있어 리사이클링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크게 전처리와 후처리로 나뉜다.
전처리 공정은 방전된 배터리를 해체 및 파쇄해 니켈, 리륨 등이 섞여 있는 검정색 가루, 블랙매스를 만드는 과정이며, 후처리는 블랙 매스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후처리 공정은 습식 공정과 건식 공정 두 가지 방식이 대표적이다.
습식 공정은 밀도와 자력을 활용해 블랙매스와 알루미늄 등을 구분한 다음 블랙매스를 황을 이용해 녹인 후 여과, 용매, 침출 과정을 통해 니켈, 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습식 공정은 금속 회수율이 높으며 다양한 원료를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낮은 투자비용(CAPEX)을 가지는 반면 운영비(OPEX)는 비교적 높다는 특징이 있다.
습식 공정을 택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성일하이텍이 있다.
건식 공정은 파쇄와 같은 물리적 전처리 공정을 거치치 않고, 고온 용해로에서 열처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금속의 고유한 무게, 화학적 결합 여부 등의 성질을 이용해 분류하는 방식인 건식 공정은 원료 배합이 자유롭고 전처리 공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 이슈가 있으며 높은 투자비용의 걸림돌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벨기에의 유미코아다.
손정수 연구원은 “아직 그 누구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제패하지 못했다”며 “재활용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대용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보다는 소형에서부터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