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저 담당 인력 500명 해고…충전소 확장 급제동
美 정부·他 OEM 곤란…테슬라 행보 지켜볼 수 밖에
테슬라의 슈퍼차저 인력 해고소식에 따라 미국 정부와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사 충전소 슈퍼차저를 담당하는 인력 약 500명을 대부분 해고하고 충전소 확장 속도를 늦춘다는 소식이 지난 1일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는 엑스(X, 前 트위터)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다만 새로운 위치에 대해서는 더 완만한 속도(slower pace)로 추진하고, 기존 위치의 100% 활용과 확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테슬라의 충전기 접속 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에 대한 기술 표준을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던 미국 자동차공학회, SAE는 지난 12월19일 NASC 표준에 대한 기술정보보고서(TIR)를 발표한 바 있다.
북미 전기차·충전소 제조·공급업체가 NACS 표준 커넥터를 제조·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보고서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이며 NACS 기술 표준화로 OEM은 물론 충전기 기업들이 NACS를 도입하는 데에 테슬라의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었다.
미국의 포드, GM, 일본의 혼다와 도요타, 독일 벤츠는 NACS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일찌감치 발표했었으며 현대차도 지난해 7월 2024년 4분기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차에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NACS 도입을 고민하고 있던 폭스바겐을 포함해 아우디와 포르쉐도 NACS 채택을 공식 발표했었다.
테슬라는 미국 전역에 1,900개의 충전소에 2만여개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며 이는 미국 전역의 충전기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NACS는 케이블이 가볍고 충전기에 디스플레이, 카드 결제 단말 등이 없어 충전기 고장으로 인한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되어 전기차 오너에게 환영을 받았다,
또한 급속과 완속 포트가 다른 CCS1과 달리 나뉘어지지 않고, 1,000kW와 1MW까지 전부 감당할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충전소 건설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슈퍼차저의 개방을 요구하자, 테슬라는 이를 수용했으며 CCS1 규격도 사용할 수 있는 매직독을 연결해 다른 제조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충전 네트워크 일부를 개방했었다.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확대를 위해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만들어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NEVI' 프로그램에도 75억달러(약 10조4,175억원)를 배정해 업계를 지원해 왔다.
또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 업체들은 충전기 연결 방식을 두고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 규격과 이미 미국 전체 충전망의 60%가량을 점유한 테슬라의 NACS 규격 사이에서 고심하다 테슬라의 NACS 방식을 함께 채택하기로 했다.
가장 큰 업체인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는 자사의 차량에 NACS 규격을 탑재할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충전소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제조사들은 자신들만의 충전 규격에 맞춘 충전기를 미국에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였다.
충전단자를 변경해 수출하는 것이 인프라를 설치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며, 굳이 사용자 경험만족도가 높은 NACS에 대적하지 않아도 되기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테슬라의 슈퍼차저 인력 해고로 충전망 확장이 늦춰지면 다른 제조사들의 전기차 보급 속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전기차 전환에 집중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NACS 기술 표준화 당시 OEM은 물론 충전기 기업들이 NACS를 도입하는 데에 테슬라의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번 테슬라의 결정에 정부와 제조사들의 반응은 앞선 전망과 상이한 모습이다.
미국 언론의 이러한 판단은 다른 제조사들의 테슬라 의존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른 전기차 제조사에서는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이나 테슬라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자사 전기차만이 아닌 다른 차량들이 충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
제조사들이 빠르게 판단하고 각자의 충전소를 만들어 나갈지, 슈퍼차저 팀의 재구성을 기다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