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AI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의 규모는 최대 16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 구도는 선도국 미국과 후발 추격자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양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상당한 상호의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으로 양국 간 경제 및 기술의 디커플링이 대두되며 AI를 둘러싼 대결 구도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AI 적용범위 늘며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 심화
美는 AI 반도체, 中은 ML 발전에 유리한 입장
韓, 디커플링 추구하는 양국 사이에서 선택기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가용성 급증으로 AI 기술의 발전도 눈에 띄게 이뤄졌다. 이미지 인식, 통역, 유전체 분석 등의 분야에서는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전 세계 AI 특허 출원 건수는 2013년 대비 10대 증가하는 등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호 발전을 포기하고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에 AI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의 규모는 13~16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 미국 GDP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래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 구도는 선도국 미국과 후발 추격자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기술정책센터 동향조사연구팀은 ‘최근 미국과 중국 AI 정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양국의 정책과 그 방향성, 국내 상황과 과제를 짚었다.
◇ AI 슈퍼파워, 단연 미국과 중국
미국은 첨단기술 중 AI 관련 기업의 비중이 보안 관련 기업 대비 작지만, 펀딩 라운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AI 관련 기업의 비중과 펀딩 라운드 건수 모두 최다 비중 및 건수를 차지하고 있다.
AI 민간투자의 양과 질 측면에서는 미국은 전 세계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 혁신센터(Center for Data Innovation)의 2017년 기준 국가별 AI 평가지표에서 미국은 인력, 연구 성과, 개발정도, 하드웨어 등 4개 지표, 중국은 채택 현황 및 데이터 등 2개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도 비약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국가별로 볼 때 중국은 세계에서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 출원 건 중 4분의 3은 2017년 이후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2000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AI 관련 특허 보유 및 출원 기업・기관을 국적별로 구분하면 중국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첨단 분야와 마찬가지로 AI 분야에서도 상당한 상호의존성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양국 간 AI 분야 스타트업 상호투자 역시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미국이 투자한 중국 스타트업은 20개, 중국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은 31개로 파악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미중 무역갈등으로 양국 간 경제 및 기술의 디커플링, 즉 탈동조화 추세가 대두되며 AI를 둘러싼 대결 구도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간 벤처캐피탈(VC) 투자는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좁혀지며 양국 정부 모두 AI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AI 이니셔티브 ▲국가 AI R&D 전략 계획 업데이트를,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계획 ▲AI 산업 3개년 발전 행동계획 ▲차세대 AI 특구 지정 계획 ▲국가 차세대 AI 표준 체계 구축 지침 등을 수립·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AI 및 머신러닝 기술 발전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설계와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 중국은 많은 인구와 취약한 개인정보 보호 체제를 통해 거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머신러닝 발전에 유리한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정치 지도부에서 AI 개발과 관련한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의 기술격차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국의 경쟁은 누가 글로벌 정보기술 인프라와 표준을 지배할 것인가로 귀결되고 있다.
◇ 미국과 중국의 유사한 AI 발전 방안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간의 AI 경쟁이 심화하자 R&D, 산업, 인력, 인력, 규제 등 종합적 비전을 갖춘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 부처에 걸쳐 AI 관련 R&D 분야에 정부예산 투입을 확대하는 것은 양국공통이다. 특히 미국은 AI 선정위원회(Select Committee on Artificial Intelligence),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계획추진사무국(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推进办公室)을 설치해 범정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양국은 국내외적으로 고급 AI 인력의 육성, 유치 및 보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민간기업의 AI 연구개발 및 상업화 장애요인 해소, 생태계 활성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AI 기술의 테스트・전개를 막는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표준 정립을 통해 새로운 AI 연관 산업과 업계의 AI 채택 여건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 특성에 맞는 AI 특구 지정을 통해서 클러스터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AI 기술의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윤리적 활용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데이터 접근 및 공유, 사회적 포용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AI 활용, 정부 서비스에서의 AI 기술 채택, 노동력의 AI 역량 강화 등의 문제에도 공통적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 타국 간섭 안 받는 AI 기술, 국가 경쟁력과 직결
양국 정부는 AI를 증기기관, 전기, 정보기술과 더불어 정치, 경제 및 사회에서 파급력이 높은 ‘범용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은 서로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AI 이니셔티브는 전통적인 기술개발 정책과 같이 개방과 협력보다는 산업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투자위험검토현대화법(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FIRRMA)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기업의 미국 내 기업 투자를 중단시키거나 거래 종료 후 원상회복 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FIRRMA 제정에서 볼 수 있듯이 연구개발 협력, 상호투자의 면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 제정을 통해 군수·민수 이중용품(dual use) 등을 포함한 기반(foundational) 기술 및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ies)의 대외수출 규제도 강화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 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등은 보고 있다.
중국도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에 걸친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해 자국 기술 혁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신인프라(新基建) 7대 산업 건설을 추진 중이다. 7대 산업에는 △5G망, △특고압 설비, △도시 간 고속도로 및 도시철도, △신에너지 자동차 충전장(充电桩), △빅데이터 센터, △산업 인터넷, 그리고 △AI가 포함된다.
신인프라에 대한 공식적인 투자가 총 고정자산투자의 5%인 1조 위안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내년부터 14・5 규획이 시행되면 관련 투자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AI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5G, IoT 등와 융합되며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는 국내 AI 역량, 확보 방안은?
국내 AI 역량은 미국,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특허 점유율, 스타트업 수 등 일부를 제외하면 각 분야 1위 국가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다수다. 2018년 기준 특허 점유율은 1위 중국 47.3%, 한국 17.4%로 중국의 36.8% 수준이며, 스타트업 수는 미국 1,393개, 한국 465개로 미국의 33.4% 수준이다.
대학교・대학원 수에서는 영국이 55건인데 반해 한국은 0건으로 나타났으며, 규제 샌드박스 역시 영국 29건, 한국 0건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시장규모는 미국 7억 6,650만 달러, 한국 4,760만 달러로 미국의 6.2%, AI 기업은 미국 2,028개, 한국 26개로 미국의 1.3%에 불과하다.
톨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가 실시한 ‘글로벌 AI 지수(Global AI Index)’에서 한국은 54개국 중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에 이어 8위를 차지했으나, 인재 28위, 운영환경 30위, 연구 22위, 정부 전략 31위, 상업적 벤처(창업, 투자 및 비즈니스) 25위 등으로 중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 정부는 AI 시대 변혁의 당사자인 국민, AI 경쟁력 확보 주체인 기업,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학계 등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여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다. 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 최신 기술 수용성,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 반도체·제조 기술 등 국내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우수한 ICT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더디게 진행되는 국내 AI 산업 성장을 지적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투자지원, 빈약한 인력풀, 규제에 막힌 산업 여건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양국은 AI 분야에서 이미 역량을 갖췄기에 서로 간의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 기술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보전이나 발전을 위해서 한국은 종속이 아닌 동행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