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은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각종 IoT 서비스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데이터 볼륨과 네트워크 트래픽에 따른 서버의 과부하 문제,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도 고민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가 발생한 장소나 가까운 곳에서 실시간으로 프로세싱을 수행하는 에지 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 생성 데이터의 75%,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외부에서 생성될 것으로 전망
에지 컴퓨팅, IoT 서비스 지능화 이끌 것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량,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분야에서 사물들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IoT 기기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IDC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약 79.4제타바이트(ZB)에 가까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416억 개의 IoT 기기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트너는 2018년, “기업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약 10%가 중앙 집중식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의 외부에서 처리되고 있다”라며, “이 수치는 지속해서 증가하여 2025년에는 약 75%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각종 IoT 서비스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갈수록 증가하는 데이터 볼륨과 네트워크 트래픽에 따른 클라우드 서버의 처리 과부하 위험도 존재하며,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구글 서버의 인증시스템 스토리지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유튜브, 지메일, 구글미트, 구글클라우드 등 구글 주요 서비스가 1시간 동안 마비된 사건도 있었다.
▲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 처리를 데이터가 발생한 곳이나
근처에서 처리하는 분산 컴퓨팅이다 [그림=알리바바]
중앙 집중식 컴퓨팅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가 발생한 현장이나 근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분산화된 에지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처리 패러다임이 떠오르고 있다.
ETRI 지능정보표준연구실은 이달 1일, ‘엣지 컴퓨팅 기술 동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에지 컴퓨팅의 개념, 특징, 동향 전망에 관해 짚어봤다.
에지 컴퓨팅의 태동과 발전
에지 컴퓨팅은 종단(에지)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데이터가 발생한 기기나 근거리의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데이터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인터넷 대역폭 사용량 또한 줄이는 산업용 데이터 처리 방식이다.
컴퓨팅 자원이 단말 기기 주변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IoT 관리, 데이터 저장, 콘텐츠 캐시, 컴퓨팅 오프로드 및 서비스 딜리버리를 제공할 수 있다.
에지 컴퓨팅의 시작은 아카마이(Akamai)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출시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이미지나 비디오와 같이 캐시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최종 사용자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위치에 노드를 도입하는 아이디어였다.
1997년에 등장한 IoT 기반 기술인 ‘퍼베이시브(Pervasive) 컴퓨팅’은 컴퓨팅 자원의 부하를 줄이고 모바일 장치의 배터리 수명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고,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정 작업을 로컬 서버로 오프로드했다.
2001년에 등장한 ‘P2P(Peer-to-Peer) 오버레이 네트워크’는 장거리 서버를 통한 느린 다운로드를 피하려고 도입한 근접 라우팅 개념이다. 중앙 서버 없이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전체 네트워크 로드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의 지연 시간도 개선할 수 있었다.
최초의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은 2006년에 시작됐다. 아마존의 일래스틱 컴퓨트 클라우드(Elastic Compute Cloud; EC2)는 최종 사용자에게 컴퓨팅 및 스토리지 자원을 임대하기 시작한 최초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기반 컴퓨팅의 한 유형으로,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에 연결된 서버 또는 다른 컴퓨터로 정보를 보내서 처리하는 기술이었다.
2009년에 등장한 클라우드렛(Cloudlet)은 종단에 위치한 이동성이 강화된 미니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로, 자원 집약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됐다.
시스코는 2012년, 지능형 에지 노드를 사용하여 대량의 계산, 저장 및 통신을 수행하는 분산 클라우드인 포그(Fog) 컴퓨팅 개념을 도입했다. 데이터가 생성되는 위치와 가까운 근거리 통신망에 수많은 IoT 기기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을 제공해 IoT 확장성을 촉진했다.
논문은 위의 역사를 소개하며 “오늘날 우리는 이미 에지 컴퓨팅 시대에 살고 있으며 차츰 지능형 에지 컴퓨팅이 도입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중앙 집중식 클라우드 컴퓨팅이 처리에 적합한지, 종단 분산식 에지 컴퓨팅이 적합한지 갈리므로 향후 최상의 솔루션은 상호보완적인 클라우드 및 에지 컴퓨팅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대비 에지 컴퓨팅의 장점
논문은 에지 컴퓨팅의 장점으로 △네트워크 지연 시간 감소, △비용 절감, 높은 △확장성과 △신뢰성과 △보안성 등 5가지를 꼽았다.
먼저, 에지 컴퓨팅의 네트워크 지연 시간은 클라우드 컴퓨팅보다 짧다. IoT 애플리케이션에서 1초 미만의 응답 시간이 필요한 경우 클라우드에 대한 요청을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 위험 상황에서 기계를 멈추는 지시를 클라우드에서 한다면,
지연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안전 제어 시스템에서 사람이 기계에 너무 가까이 있음을 감지하면 그 즉시 기계를 정지시켜야 한다. 이때, 응답 시간이 지연되면 심각한 인명 피해나 기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센서에 의한 사람 인식과 기계 정지는 네트워크 통신 때문에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주행차량이나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들은 20ms 미만의 응답 시간이 필요하다. 클라우드와의 통신으로는 이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센서 데이터를 에지 게이트웨이에서 처리하면 네트워크 지연을 방지하고 원하는 응답 시간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에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보다 비용 효율적이다. 센서 및 액추에이터에 의해 생성되는 대부분의 원격 측정 데이터는 IoT 애플리케이션과 관련이 없어서 에지 컴퓨팅을 사용하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기 전에 필터링하고 처리할 수 있다.
이로써 데이터 전송에 따른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고, 애플리케이션과 관련이 없는 데이터에 대한 클라우드 스토리지 및 처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확장성이다. 기업의 성장에 따른 IT 인프라 요구사항은 예측할 수 없으며, 전용 데이터 센터의 구축과 확장엔 큰 비용이 들어간다.
에지 컴퓨팅 장치를 사용하면 데이터 분석, 저장, 처리 등의 역할을 최종 사용자 가까이 배치할 수 있고, 그 범위와 기능을 비용 효율적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새로운 장치가 추가될 때마다 네트워크 코어에 상당한 대역폭을 요구하지 않아 확장 비용도 적다.
신뢰성도 높다. 에지 컴퓨팅 장치와 에지 데이터 센터가 최종 사용자에게 가깝게 배치되면 멀리 위치한 네트워크의 문제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다. 데이터 센터가 중단돼도 에지 컴퓨팅 장치는 중요 처리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므로, 자체적으로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에 연결된 에지 컴퓨팅 장치와 에지 데이터 센터가 많아서 사용자가 필요한 제품 및 정보에 여러 경로를 통해 액세스할 수 있으므로, 한 번의 실패로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더 빠르고 원활한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지 컴퓨팅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을 줄인다.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산시키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정보는 쉽게 해킹되는 경향이 있으나 에지 컴퓨팅은 관련 정보만 클라우드로 전송하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
즉, 해커가 클라우드에 침투하더라도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연결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따라서 클라우드와 비교하면 에지 컴퓨팅은 잠재적으로 보안 위험이 적다.
위의 장점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가트너는 에지 컴퓨팅이 외부 공격 표면적을 늘리기 때문에 비보안 엔드포인트 장치가 핵심 네트워크로의 침입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높은 확장성은 에지 컴퓨팅 환경의 배포 및 관리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에지 컴퓨팅, 어디에 활용되나?
에지 컴퓨팅은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량, 가상증강현실 등 에지에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에 에지 컴퓨팅을 활용하면 중앙 데이터 센터나 서버에 대한 통신 부하를 줄여 네트워크 및 스토리지 자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실시간 설비 고장 예측으로 공정 효율성과 설비 생산성을 높이고, 예비 조치를 통해 고장 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량은 도로 위 다른 차량과의 통신과 주변 환경 감지를 위해 많은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에지 컴퓨팅은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차량 내에서 수집하고 분석한다.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려면 네트워크 전송이 필요하다. 이는 응답 오류 및 연결 지연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 에지 컴퓨팅은 이를 방지한다.
▲ 에지 컴퓨팅은 많은 양의 그래픽 렌더링 프로세스가
필요한 VR/AR 분야에 효과적일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그동안 게임, 미디어 등에 주로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제조, 의료, 차량 등의 영역에서의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세계와 사용자의 움직임을 디지털 세계와 결합하고 동기화하려면 많은 양의 그래픽 렌더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VR/AR 장치와 클라우드 간의 워크로드 분할에는 에지 컴퓨팅이 효과적이다.
세계 3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이미 엣지 컴퓨팅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AWS 웨이브렝스(Amazon Web Services Wavelength)’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IoT 에지(Azure IoT Edge)’를 통해 클라우드 플랫폼의 기능을 IoT 에지 기기로 확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AI 칩 ‘에지 TPU(Tensor Processing Unit)’와 소프트웨어 스택인 ‘클라우드 IoT 에지(Cloud IoT Edge)’를 통해 구글 클라우드의 데이터 처리 및 머신러닝 기능을 게이트웨이 또는 IoT 에지 기기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외에도 △엔비디아가 ‘EGX’ AI 에지 컴퓨팅 플랫폼을, △인텔이 ‘에지엑스(EdgeX), 스털링엑스(StarlingX)’ 등의 에지 컴퓨팅 시스템을, △HPE가 ‘에지라인(Edgeline; EL)’ 데이터 센터 및 에지 컴퓨팅 인프라 솔루션을, △IBM이 ‘에지 IoT 애널리틱스(Edge IoT Analytics)’ 기술을 개발하며 해당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와 지연 축소, 에지 컴퓨팅 발전 이끈다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에지 컴퓨팅 시장 규모가 2020년 36억 달러(한화 4조 원)에서 연평균 34.1% 성장하며 2025년 157억 달러(한화 17조3천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네트워크 지연 축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논문은 향후 5년간 에지 컴퓨팅 분야가 꾸준히 발전할 것이며, 이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클라우드 서비스의 고도화, △에지 AI 칩의 개발 가속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