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해 12월, 첫 Arm 코어 기반 맥 전용 SoC, M1 칩을 공개했다. Arm은 저전력, x86은 고성능이라는 전제를 무너뜨린 애플은 향후 2년간 모든 자사 컴퓨터를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에 CPU 시장 양대 축인 인텔과 AMD, 스마트폰 AP 기술 경쟁자 퀄컴, 그리고 애플에 뒤쳐지지 않는 SW 및 HW 역량을 지는 MS의 발걸음이 가빠지고 있다.
Arm 기반 애플 M1 칩, 컴퓨터 업계 흔들어
인텔-AMD, 퀄컴-MS 각각 대응책 모색 중
韓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변화 필요한 시점
컴퓨터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애플이 2020년 11월, 첫 Arm 코어 기반 맥(Mac) 전용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SoC), ‘M1’ 칩을 공개한 것이다.
▲ 2020년 11월 공개된 애플 M1 칩 [그래픽=애플]
전 세대 대비 현 세대 제품의 성능이 나은 것은 통상적인 상식이나, M1 칩을 탑재한 4세대 ‘맥북 에어(MacBook Air)’, 6세대 ‘13인치 맥북 프로(13-inch MacBook Pro)’, 5세대 ‘맥 미니(Mac mini)’ 등은 각종 벤치마크에서 인텔 CPU 기반의 전 세대 제품보다 2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능 향상을 보여줬다. 전력 효율 또한 2배 증가했다.
대만의 파운드리, TSMC의 5nm(나노미터) 공정 기술로 생산된 M1 칩은 4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저전력 코어로 구성된 8코어 CPU와 함께, 최대 8코어 GPU, 16코어 NPU, 2개의 DRAM 등을 통합하여 애플 컴퓨터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향후 2년간 애플은 자사 컴퓨터의 아키텍처를 인텔 x86에서 Arm 아키텍처로 전환할 방침이다.
축소 명령어 집합 컴퓨터(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RISC) 기반의 명령어 집합(Instruction Set Architecture; ISA)인 Arm 아키텍처가 그동안 주로 임베디드 시스템용 MCU, 스마트폰 AP(Application Processor) 등에 채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의 이번 시도는 컴퓨터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컴퓨터라 부르는, 데스크톱/랩톱 PC, 서버 등에는 복잡 명령어 집합 컴퓨터(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CISC) 기반의 ISA인 인텔 x86 아키텍처 및 그 파생 아키텍처가 채택되고 있다. 애플은 M1 칩의 출시로 Arm은 저전력, x86은 고성능이라는 전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어떻게 애플은 저전력 아키텍처로 고성능 아키텍처의 성능을 능가한 것일까?
▲ 유명환 엑세스랩 대표 [사진=e4ds 뉴스]
국내에서 Arm 서버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엑세스랩(주)의 유명환 대표는 “애플은 프로세서, 메모리 등의 부품과 이를 장착할 보드, 구동할 소프트웨어, 발열 제어 기술까지 컴퓨터의 모든 구성 요소들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Arm 아키텍처 재구성 능력, SoC 설계 역량이 더해져 부품 간의 버스를 크게 단축한 이번 M1 칩이 탄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유명환 대표는 애플의 이번 시도에 어떤 기업들이 자극을 받고 행동에 들어갈지 예측했다. 먼저 CPU 시장의 두 축인 인텔과 AMD는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보조하는 가속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봤다. 인텔, AMD가 각각 FPGA 기업인 알테라(2015년), 자일링스(2020년)를 인수한 것이 그 포석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애플과 기술 경쟁을 벌이는 퀄컴은 애플 ‘A 시리즈’ AP 개발 인력들이 창업한 누비아를 올해 초 인수했다. 유 대표는 “퀄컴이 당장 M1 수준의 칩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Arm 아키텍처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이미 포화한 스마트폰 AP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한 랩톱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누비아는 Arm 서버를 만들던 기업으로, 만약 퀄컴이 랩톱 시장에 안착한다면, 과거 실패했던 서버 시장 진출도 다시 노릴 것”이라 봤다.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방향은 반대일 거라 분석했다. MS는 최근 자사 데이터 센터용 Arm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 대표는 “이 시도가 성공한 다음에는 소비자용 Arm 칩을 제작할 것”이라 분석했다.
선도 기업들의 Arm 칩 자체 제작 열풍이 불고 있으나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과감히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 대표는 “그간 국내 ICT 업계는 응용에 집중하고 기초에 소홀했다”라며,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려면 인재 육성 등의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하며, 단기간에 해외와의 격차를 줄이려면 목적이 같은 기업 간의 연합이 필요”하다 덧붙였다.
애플은 M1 칩을 제조하기 위해 이미 30여 년 전에 씨를 뿌렸다. 유 대표는 “Arm은 1990년, 에이콘 컴퓨터, VLSI 테크놀로지(현 NXP 반도체), 그리고 애플의 합작법인(JV)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며, 현재의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 비판했다.
M1 칩에 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오는 2월 17일(수), 유명환 대표가 진행하는
e4ds 캠퍼스 무료 특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