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로 표현되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AI, 전자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해외 증시로 빠지는 국내 주식·채권 투자의 규모 또한 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제고가 더욱 고려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美 기술주 상위권에 韓 서학개미 베팅
K-증시 박탈감 심화...96배 vs 3.7배
해외 잔액 1,042억 달러 前고점 갱신
서학개미로 표현되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AI, 전자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해외 증시로 빠지는 국내 주식·채권 투자의 규모 또한 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제고가 더욱 고려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 美 기술주에 서학개미 몰린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결제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35.9% 증가한 1,041억달러(한화 약 139조원)와 1.9% 증가한 3,826억달러(약 512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외화주식의 보관금액은 약 768억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38.8%나 증가했다. 국내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대부분 미국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미국이 전체 외화주식 결제금액 가운데 94.9%를 차지하며 사실상 서학개미의 돈 대부분은 미국 주식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외화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PROSHARES ULTRA PRO QQQ ETF(나스닥지수 일일 하락률의 3배를 추종하는 ETF)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A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뉴욕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의 일일 상승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 △아마존 등이 있다.
하락 추종 ETF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상위권 종목이 AI, 빅테크, 반도체와 관련이 큰 종목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2년 2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이에 대한 원동력이 오픈AI 보유 지분 등에 힘입어 생성형 AI 서비스 상용화의 선두로 자리매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도 최근 AI 서버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급격한 실적 상승과 주가 상승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도 엔비디아를 포트폴리오에 담으며 2022년 18억달러에서 2023년 43억달러로 보관금액이 2배가 넘게 상승했다.
■ K-증시 박탈감 여전...AMD 96배 가는 동안 삼전 3.7배 고작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줄곧 따라붙는다. 20%대 낮은 주주환원율이 나스닥 등 미 증시와 비교되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당시인 2012년 삼성전자의 최저가는 네이버 증권 차트 기준 20,220원 남짓이었다. 삼성전자의 보통주는 현재가 75,500원으로 12년 새 3.7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성과이다. 다만 미국 증시에 12년새 기록적인 브랜드 파워 강화와 실적과 연동된 주가 상승을 이룩한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AMD이다.
AMD는 현 CEO 리사 수가 부사장으로 스카웃돼 취임할 당시인 2012년 최저가는 1.81달러로 현재 174달러 내외를 호가하고 있는 AMD 주가와 비교할 때 96배의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 최근 AMD는 AI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생성형 AI 붐으로 90%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엔비디아의 파이를 일부 가져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기업 간에 업종, 기업 지배 구조, 증시 상황 등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할 수만은 없다. 다만 동시대 부회장·부사장직을 각각 맡아 기업을 이끌고 회장·대표이사에 이르는 영예를 안았을 때 두 기업 간에 발생한 주가 상승폭 차이는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 간에 현실적인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며, 이에 해외 투자로 국내 자금 이탈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 해외 증시로의 이탈 가속화 진행 中
▲최근 5년간 외화증권 보관 및 결제금액(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외화증권 보관 및 결제금액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보관잔액이 436억달러였는데 반해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1,006억달러로 약 3배 가량 상승하며 정점을 찍고 다음해 인플레이션 위기와 금리 상승 여파로 2022년 767억달러로 주춤했다. 이후 2023년 잔액은 1,042억달러 한화로 약 140조원으로 이전 고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미국 증시로의 국내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기술주의 기술력 강화와 실적 향상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주주환원 정책에도 기업들이 자체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국내 자본의 이탈을 막을 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