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엔지니어도 계속 배워야 한다”
부품이 왜 파손되는지, 어떤 조건에서 위험이 발생하는지 직접 확인해야
부품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 할 때 성장
[편집자 주]최근 e4ds 전기전자 평생교육원은 오프라인 강좌로 ‘2025 고급 엔지니어 실무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했다. 이 강좌는 중급 과정을 이수하신 현직 개발자 및 회로 설계 실무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전자회로 설계의 고급 주제와 정밀 계측 환경에서의 실전 문제를 다룬다. 이에 본지는 이번 강좌를 강의하는 신한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조성재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강좌의 진행 방향 및 엔지니어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6회 연재로 진행된다.
“회로 설계의 진짜 위험은 ‘OFF’ 순간에 있다”
전자회로 설계에서 가장 큰 위험은 언제 발생할까. 많은 엔지니어가 회로가 동작하는 순간을 떠올리지만, 정작 부품이 파손되는 시점은 ‘동작 중’이 아니라 ‘동작이 멈추는 순간’이다.
삼성전자에서 10년, 신한대학교에서 32년을 근무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 중인 조성재 교수는 실제 전자 설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재 교수는 “TR(트랜지스터)은 켜져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OFF로 전환되는 찰나에 예상치 못한 역기전력과 과도현상이 발생해 부품이 파손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교과서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성재 교수는 최근 진행 중인 중급·고급 회로 설계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실무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회로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만 배워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부품이 왜 파손되는지, 어떤 조건에서 위험이 발생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덕터가 포함된 회로에서 발생하는 역기전력이다.
TR이 ON 상태에서 갑자기 OFF로 전환되면, 코일에 저장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만들어낸다.
조성재 교수는 “V = L × di/dt 공식에서 보듯, 전류 변화 시간(dt)이 짧아질수록 전압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며 “이 과도전압이 TR을 파손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재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호 회로 설계 방법도 교육 과정에서 함께 다룬다.
중급 과정과 고급 과정의 차이도 명확하다.
중급 과정은 일반적인 회로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 해결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반면 고급 과정은 특수한 애플리케이션, 예를 들어 나노암페어(nA)나 피코암페어(pA) 단위의 미세 전류를 다루는 I-V 컨버터 설계처럼 고난도 기술을 다룬다.
조성재 교수는 “라이다(LiDAR)나 광센서 기반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초미세 전류 측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분야는 실무 경험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급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핵심 주제는 ‘계측기 신뢰성’이다.
많은 엔지니어가 오실로스코프나 멀티미터의 측정값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지만, 조 교수는 “계측기는 측정 과정에서 회로에 영향을 준다”며 “계측기를 맹신하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브레드보드에서 측정할 때 발생하는 기생 성분, 오실로스코프 프로브의 부하 효과 등은 회로 동작을 왜곡시키는 대표적 사례다.
조성재 교수는 이번 교육의 목표를 “안정적인 회로를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동작하는 회로가 아니라, 파손을 방지하고 오동작을 최소화하며, 특수한 환경에서도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회로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잡음(Noise) 문제 역시 중요한 주제지만, 이번 과정에서는 파손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잡음 분석은 별도의 심화 과정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엔지니어의 성장 조건에 대해 “결국 본인의 이해와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듣는다고 자동으로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원인을 찾고,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회로의 모든 부품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성재 교수의 교육 철학은 명확하다.
“실무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만드는 것”
그가 강조하는 실전 중심의 접근법은,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많은 엔지니어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