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 기술에 접목되며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하기 위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란 네트워크 제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네트워킹 기술이다. 기존에는 하드웨어 기반의 스위치와 라우터가 트래픽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SDN은 하드웨어 기반의 제어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SDN 컨트롤러로 대체한다.
HW→SW 간소화…에릭슨·삼성전자 적극 도입
네트워크 운용 능력 따라 패러다임 전환 전망
SDN, RAN 표준화 ‘오픈랜’ 기술 결합 필요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 기술에 접목되며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하기 위한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ICT 산업전망컨퍼런스에서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차세대통신학과 백상헌 교수는 소프트웨어 기반 미래 네트워크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란 네트워크 제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네트워킹 기술이다. 기존에는 하드웨어 기반의 스위치와 라우터가 트래픽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SDN은 하드웨어 기반의 제어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SDN 컨트롤러로 대체한다.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SDN은 프로그램을 통해 간소화할 수 있다. 최근 하드웨어 장치의 상위에 네트워크 장비를 운용하고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네트워크 OS를 두고, 해당 위치에서 전체적인 네트워크 제어를 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백 교수는 “SDN은 더 좋은 경로를 파악하기 쉬워 네트워크를 더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SDN을 전세계 망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특정 영역에 이를 도입하면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SDN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스로 소프트웨어 회사라 칭하며 10년 전부터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익을 창출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국내외 소프트웨어 공급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M360에서 삼성전자 김우준 사장 겸 네트워크 사업부장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역량이 충분”하며, 지속적으로 5G 가상화 네트워크 부문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월 유럽 최초로 영국에서 5G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화하고, 지난 2월에는 美 제4 이동 통신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와 5G 초도망 개통을 완료한 바 있다.
■ 개방성 기반 프로토콜…네트워크 종속성 탈피
SDN에서 중요한 개념은 컨트롤러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산업계에서 채택되는 오픈소스 플랫폼 ‘오픈 데이라잇(ODL)’과 연구용으로 시범 사용되고 있는 ‘오픈 네트워크 OS(ONOS)’가 있다. 중앙에서 컨트롤 하는 경우, 컨트롤러의 안정적인 운영이 보장돼야 하므로 가용성과 확장성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물리적인 컨트롤러를 여러 대 두고,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하나의 컨트롤러가 가용 불가할 경우, 다른 컨트롤러에 정보를 백업 및 복제함으로써 데이터 보존이 가능케 된다. 백 교수는 “컨트롤러를 새롭게 개발하기 보다는 목적에 맞게 적합한 컨트롤러를 차용하는 연구가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SDN은 네트워크의 종속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에 네트워크 소유자가 아닌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장비 권한을 소유해 종속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오픈 플로우(OpenFlow)’ 프로토콜을 통해 이를 학교, 회사, 사업자 등 네트워크 소유자가 갖도록 하는 움직임이 실현됐다. 오픈 플로우 프로토콜은 SDN 컨트롤러와 네트워크 장비 간의 통신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로, 네트워크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2021년 인텔은 SDN을 지원하기 위해 베어풋社를 인수해 만든 네트워크 스위치용 프로그래머블 ASIC ‘토피노’를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를 확장해 데이터를 처리 성능을 극대화한 ‘DPU(Data Processing Unit)’를 통해 프로그래밍 칩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네트워크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 검토하는 검증 기능도 소프트웨어화 되는 추세다. ‘NFV(Network Functions Virtualization)’는 네트워크 기능을 가상화해 일반 서버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기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LTE 망과 5G 망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향후 IT 업체의 통신사업자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측되기도 한다. 백 교수는 “통신사업자(telco)들이 AI 등 IT 서비스를 선도하겠다는 패러다임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한편, 향후에는 IT 빅테크 기업들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통신사업자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VM웨어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망 검증 관련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펌드 네트워크(affirmed Network)라는 회사를 인수해 5G망 기능을 구현을 소프트웨어화 해 공급하겠다고 밝힌 후, 미국의 통신사업자 AT&T에 제공하고 있다.
■ 기지국 소프트웨어화 가속…오픈랜 기술 주목
백 교수는 중요한 흐름 중에 하나로 기지국 장비도 점차 소프트웨어화 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무선 장치(RU)와 분산 장치(DU), 중앙장치(CU)로 기지국의 기능을 분리시킴으로써 기존의 하드웨어로 구현된 모델이 소프트웨어로 범용 서버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각 단에서 트래픽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따라 기능을 관리할 수 있어 리소스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무선 접속망(RAN)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방하고 표준화하는 오픈랜(Open RAN)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RAN을 지능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컨트롤러 하위의 장비들의 개방화된 인터페이스를 따르고 있다.
기존 RAN은 특정 제조업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했으나, 오픈랜은 다양한 제조업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혼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유연성과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네트워크 제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SDN 기술과 오픈랜 기술이 결합되면 네트워크는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수는 “오픈 소스 기반의 오픈랜이 활성화되면 각 장비 업체와 이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업체 등 경쟁 구조가 예상된다”며, “개방된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