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2019 ICT 10대 이슈를 발표했다. 10대 이슈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총 1,088명의 ICT 업계 종사자들의 설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이슈에는 5G, ICT 규제 개혁, 에지 컴퓨팅과 AI 반도체, 차세대 모빌리티, 블록체인, 자동화 및 지능화, 친환경 ICT, 차세대 디바이스, 남북 ICT 교류 협력, 중국 굴기가 꼽혔다.
작년에 이어 5G, IoT, 블록체인 주목 필요
북한과 중국 등 국외 특수 사정 고려해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2008년부터 발표한 ICT 10대 이슈가 올해로 11회 째를 맞이했다.
2019년과 2020년에 국내 ICT 산업에서 중요하게 대두될 이슈들을 조망한 '2019 ICT 10대 이슈'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총 1,088명의 ICT 업계 종사자들의 설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2018 ICT 10대 이슈가 AI, 자율주행차, IoT, 사이버 보안, 디지털 헬스케어, 증강현실, 스마트 팩토리, 핀테크, 블록체인, 5G였다면, 2019 ICT 10대 이슈는 5G, ICT 규제 개혁, 에지 컴퓨팅과 AI 반도체, 차세대 모빌리티, 블록체인, 자동화 및 지능화, 친환경 ICT, 차세대 디바이스, 남북 ICT 교류 협력, 중국 굴기가 꼽혔다.
1. 5G 서비스 상용화와 새로운 융합 서비스의 대두
5G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주요 ICT 이슈로 선정됐다. 세계 각국은 2019년을 5G 상용화 원년으로 보고 표준화, 주파수 할당, 망 구축 등의 경쟁을 이미 시작했다.
5G의 특징은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이다. 그중에서도 중점이 되는 것은 초고속이다. 서비스 초기 5G 킬러 콘텐츠는 초고속 통신을 통한 실감형 미디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이통통신 3사는 지금도 자사의 서비스에 VR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도입은 5G 망 중립성 완화에 관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란 물리적인 한 개의 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개의 가상 네트워크로 만드는 기술이다. 통신도 도로의 전용차로제처럼 구분해서 서비스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다.
찬성 측에서는 모든 서비스를 동일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없으니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망 중립성의 예외인 관리형 서비스로 인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 측에서는 망 중립성 완화는 CP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 4차 산업혁명 앞당기는 ICT 규제 개혁 추진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이다. 새로운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과거의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 이에 정부의 ICT 규제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 융합 서비스 활성화가 기대된다.
2019년 상반기부터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 그리고 규제자유특구법에 따라 신 융합 서비스의 실증이 시작될 것이다. 해당 법들을 통해 기업과 지자체는 규제를 임시로 면제받거나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 수준은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에 개인정보보호 3법이라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개정하여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이끈다.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 여지를 크게 하는 만큼 보호 역량도 늘린다. 정부는 현재 위원회 조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시켜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가명/익명 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할 것이다. 익명 정보는 동의 없이 사용 가능케, 가명 정보는 이용 및 제공 범위를 법으로 규정할 것이다. 또한, EU GDPR 수준으로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강화할 것이다.
3. 에지 컴퓨팅 지능형(AI) 반도체 도입 확대
IoT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에지 컴퓨팅과 AI 반도체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HP는 에지 컴퓨팅 투자를 확대했으며, 삼성은 AI 중심 경영을 선언했다. 또한, SK텔레콤은 자일링스와 AI 가속기 개발 협력을 천명했으며, 중국에서는 AI 반도체 개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IoT 시대의 에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코어의 부하를 저감하고, 데이터의 실시간 및 저지연 처리를 가능하게 하며, 데이터의 기밀성을 유지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5G 서비스 상용화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통신사업자와 클라우드 업체의 에지 컴퓨팅 투자가 시작될 것이다.
에지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면서 AI 반도체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무게 중심은 학습용, 서버용에서 추론용, 에지용으로 점차 옮겨갈 것이다.
4. 상상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차세대 모빌리티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승차 공유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될 것이다.
음반이 음원으로, 방송이 스트리밍으로 변하는 것처럼 자동차 소유의 개념도 자동차 공유로 바뀔 것이다. 서비스형 자동차,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대의 개막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 바로 2019년부터 출시될 로보 택시다. UBS는 2030년 세계 로보 택시 시장 규모가 2,600만 대에 이를 것이며, 출시되는 신차의 12%가 로보 택시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다. 화석연료차의 경우 환경규제나 유가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았으나 전기차는 그렇지 않다. 또한, 전기차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정부는 전기차 보급률 확대를 위해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존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충전소 역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5. 비금융 분야로 확산되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정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신뢰를 형성하는 새로운 기록 혁명이다. 그동안 블록체인이 빠르게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이며 만능도 아니다. 각종 데이터 표준화와 규제 개선도 선행되어야 한다.
2019년은 그동안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이 올해 6개에서 내년 12개로 늘어난다. 부동산 거래, 축산물 이력 관리, 개인 통관, 온라인 투표, 해운 물류, 국가 간 문서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는 이제 금융권, 스타트업 중심에서 비 금융권, 대기업, 정부 및 지자체로 확대될 것이다. IDC는 2022년,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의 64%를 비 금융권에서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6. 산업 전 분야로 자동화/지능화 기술 도입 증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의해 단순 반복적 업무를 중심으로 자동화 지능화 기술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술 혁신에 따른 자동화와 인력 대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2019년은 국내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이 본격 도입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RPA란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엑셀의 매크로 기능을 사무 전반으로 확대한 것으로 보면 쉽다. 가트너에 의하면 2022년 말에는 종업원 1만 명 이상 대기업의 85%가 RPA를 도입할 전망이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서 국내 접객 서비스 분야에서 무인점포와 키오스크(무인 자동 결제기) 보급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는 올해 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1년까지 3,00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무인점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전체 매장의 절반가량에 이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대형 업소에서 주로 취급하던 키오스크는 이제 소규모 업소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스터디 카페, 코인노래방, 무인텔, 무인주차장 등은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7.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대응하는 친환경 ICT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증가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올봄에는 유례없는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엎었다. 지난여름에는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린 IT란 ICT를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하여 환경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다. 스마트 빌딩은 ICT를 통한 환경 개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건물은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30% 전후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제로 에너지 빌딩 조기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 중이다.
ICT는 스마트 빌딩을 구현하는 필수 요소다. IoT와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으로 구축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건물 분야는 자동화로 인한 성장 잠재력이 높다.
2018년부터 대기오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ICT 기술이 적극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세먼지 측정소의 부족과 낮은 정확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1개 측정소가 축구장 2,000개 넓이를 커버하고 있다. 또한, 지역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 및 농도가 상이하다.
이에 ICT 업계에서는 기존의 자산을 활용한 미세먼지 측정 방법에 고심하고 있다. KT는 전화국사와 공중전화에, SK텔레콤은 대리점과 야쿠르트 카트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 미세먼지 상태를 시시각각 알리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8.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스 혁신
기술 혁신으로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스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기업들의 성장은 둔화되었고,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하드웨어의 발전은 한계에 봉착했다. 2007년에 아이폰, 2010년에 아이패드가 불러왔던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흥분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다시금 시장에 흥분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중 하나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태블릿의 화면 크기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2019년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필두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 JP 모건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2022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대수 기준 4.6%, 매출 기준 17%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경쟁시대가 열릴 것이다. AR 안경은 카메라와 AR, AI 비서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며, 음성/영상 인식 UI를 갖춰 손가락 터치가 필요하지 않다. 2020년에 애플이 AR 안경을 출시한다는 예측이 있는 가운데 구글과 삼성이 언제 AR 안경을 출시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9. 남북 ICT 교류 협력 확대
2018년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한차례 개최된 역사적인 해다. 이러한 남북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일어날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군사 대립 지속, 평화 정착, 남북통일 중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1인당 GDP는 20년 뒤 지금보다 8~24배 증가할 것으로 UBS는 예상했다.
ICT 남북 경협의 가장 유망한 분야는 북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인력 활용이 될 것이다. 북한은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미만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중등교육 진학률이 90% 이상이다.
북한에서는 연간 1만 명의 ICT 인적자원이 배출되고 있으며 누적 17만 명의 ICT 인적자원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인력들이 남한에서 원하는 ICT 역량을 보유하고 있을지, 남한 인력들과의 융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인프라 부족이다. 도로와 철도 다음의 인프라 경제협력 후보로는 통신서비스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체재 때와 달리 김정은 체제에서는 통신서비스를 달러 획득 수단으로 장려하고 있다.
남북 국민들 간의 이질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보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통신서비스 인프라 경협은 북한의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통일을 앞당겨 통일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통신서비스 인프라 경협을 시장 다각화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겠으나 북한의 경제력을 고려했을 때 경제성과 시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10. 잠재적 위협에서 실재적 위협이 된 중국 ICT
2000년대 중국은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생산 거점 및 판매 시장이었으나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ICT 수출품목의 한중 세계시장 점유율 추이를 봤을 때 스마트폰과 대형 LCD 패널은 2017년에 이미 중국에 역전 당했으며, 메모리 반도체만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주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한중 기술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오직 IoT만 중국에 앞서있을 뿐 모든 부분에서 뒤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부터 중국은 자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다. 당분간은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테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2022년에 중국이 세계 OLED 총 생산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IHS 마킷은 내다보고 있다.
미 트럼프 정권이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들어간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나라 ICT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국무역협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보고 있다.
정리하며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는 미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그레츠키는 신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NHL 역대 포인트 기록에서 2위 선수보다 1000포인트 높은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걸까?
그레츠키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not where it has been)"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우리나라 ICT 업계에 적용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시장이 크지도, 자원이 많지도 않은 특별할 것 없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레츠키처럼 유망한 미래 기술을 파악하고 그 역량을 먼저 확보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