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중국과 미국의 2023년 보조금 정책의 방향이 상이해 앞으로의 보급 확산 및 경쟁 우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中, 전기차 보조금 폐지…1월 NEV 판매량 12월 대비 48.3% ↓
美, 리스 차량 북미 조립 무관 상용차용 전기차 보조금 수령
전기차 보조금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중국과 미국의 2023년 보조금 정책의 방향이 상이해 앞으로의 보급 확산 및 경쟁 우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 中 2023년 1월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중국이 2023년에 접어들며 신에너지차 구매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추이둥수(崔東樹) 의장은 "중국 전기차 소비는 정책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 중"이라며 "보조금 폐지로 단기적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개된 자료에 비춰볼 때 지난 12년간 중국 전기차 업체가 받은 보조금 액수는 총 1,600억위안(약 29조5,280억원)이며 중국 1위 전기차 제조기업 BYD가 70억 위안(약 1조2,933억 원) 가까운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중국은 지난 2009년에 전기차 보급 정책을 시행하면서 전기차 생산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정책을 펴왔다.
전기차 생산업체가 자사 전기차 판매량을 지방정부에 보고해 보조금을 신청하면 정부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집행한다.
이 방식은 기업들이 보조금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판매가가 낮아지고 결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폐지에 따라 전기차 판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야디는 지난달 말 왕차오(王朝), 하이양(海洋), 텅스(腾势) 등 전기차 모델 판매가를 2000~6000위안(약 37만~111만원)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자동차 산하 전기차 메이커인 아이안(埃安)도 최근 일부 모델의 공식 판매가를 3000~8000위안(약 55만~148만 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2023년 1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중국 전기차 판매 추이(그림 출처: CnEVPost)
중국승용차협회(CPCA)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 승용차 소매 판매는 1월 33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12월 대비 48.3% 감소했다.
제조업체의 경우 NIO는 1월에 8,506대의 차량을 인도했으며 이는 12월의 15,815대에서 46.22%, 전년 동월의 9,652대에 비해 11.87% 감소했다.
BYD는 1월에 151,341대의 NEV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 동월 93,168대보다 62.44% 증가한 반면 12월 235,197대보다는 35.65% 감소했다.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 산업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앞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시장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폐지했지만 2017년 12월부터 시작한 소비자 구매세 면제 혜택은 2023년까지 유지한다.
내연기관 차량 구매 시 차량 가격의 10%가 부과되는 구매세를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3종류의 신에너지 차량에는 과세되지 않는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세계 각국의 전기차 경쟁에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일환으로 전기차세액공제정책이 시행되면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구매자 당 보조금 한도는 7,500달러로 전과 동일하게 유지되나 배터리 부품과 원재료 규정에 따라 3,750달러씩 구분된다.
지급 조건은 △배터리 구성품 △배터리 핵심 광물 △완성차 최종 조립을 달성해야 한다.
배터리 구성품에서는 법안 발효 후 2024년 이전까지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이 미국 내에서 생산 혹은 조립되어야 하며 이후 연 10%씩 비중이 상향된다.
배터리 핵심 광물은 법안 발효 후 2024년 이전까지 핵심 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혹은 FTA 체결국에서 가공되거나 미국 내에서 재활용 되야 하며 구성품과 마찬가지로 연 10% 씩 비중이 상향된다.
또한 법안 발효 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에 한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세액공제 대상 차량 가격은 전기차 세단의 경우 5만5,000달러, 픽업 트럭·SUV·승합차량은 8만달러 이내여야 한다.
다만 정책의 세부시행지침 발표가 내년 3월로 연기됨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 차량 및 구매자에 대한 정확한 기준 및 요건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시행 세부규정 발표가 지연되면서 2023년 초 주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나,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부족으로 자동차업계의 생산 여력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생산 및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여러 해외기업들의 항의로 리스 차량의 경우 북미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상용차용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다시 발표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리스 차량의 상업용 여부의 세부 판단 기준은 △차량 경제 수명의 80~90%에 해당하는 장기 리스가 아닐 것 △리스 기간 만료 시점에 차량을 매입/매도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지 않을 것 △차량의 잔존가치와 관련된 오너십 리스크를 임대인에게 이전하는 조건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판매 딜러는 보조금 7,500달러를 수령하고 이를 반영해 리스 임대료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위 조항대로라면 상업용 리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IRA를 실질적으로 우회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북미 역내 제조 차량이어야 하고, 차량 가격 및 구매자 소득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각 기업들은 리스 만기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하거나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며 리스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크지 않다면 노후화된 차량 회수로 리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고차 잔존가치 방어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보조금 대상이 플릿 판매에 한정되지 않은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플릿 판매를 줄여왔다.
법인에 판매하는 플릿 방식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할인이 많이 적용되어 판매량은 유지할 수 있으나 수익성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기아차는 상품성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에 힘입어 차종별 목표 수익률을 상향하고 인센티브를 큰 폭으로 축소하는 등 ‘제값받기’ 가격 정책을 펼쳐 평균 판매가격 상승을 이뤘었기 때문에 이번 미국의 발표는 반갑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스 판매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2022년 미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각각 3만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2023년에는 소량의 Retail 판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량을 리스 판매에 집중하여 과도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상업용 전기차 시장 내에서는 타사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기까지의 1~2 년의 과도기 동안은 리스 판매로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도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최대 700만원이었던 전기차 국고 보조금이 2023년 680만원으로 20만원 감소했다.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보급 확대를 목표로 삼았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효과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전기동력차 내수 판매는 44만8,000대, 점유율 26.7%를 기록하며 19.8%의 경유차를 역전했다.
전기차 판매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보증금 제도를 폐지할지, 미국처럼 동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