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NXP 반도체 인수 가능성을 점쳐보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NXP가 자사의 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삼성전자가 3년 내로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삼성-NXP 인수설 솔솔
현금 충분하나 70조 원 투자는 실적에서 모험
이미 자율주행을 위한 AP, RF, 센서 역량 보유
5월을 며칠 앞두고 삼성전자의 NXP 반도체 인수 가능성을 따져보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NXP는 올 초부터 공급 불안정에 주목도가 올라간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 삼성전자 본사 [사진=삼성전자]
양사의 거래 가능성을 점쳐보는 목소리가 흐르는 이유는 NXP가 과거 자사의 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삼성전자 최윤호 CFO가 올해 1월 있었던 컨퍼런스 콜에서 3년 내로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퀄컴의 NXP 인수 건은 중국 당국의 반대로 좌초됐다. 당시 NXP 이사회의 매각 대상 리스트엔 삼성전자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차량 관련으로 사업 의지가 작지 않다. 2016년에는 미국의 전장 기업인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했고, 2018년에는 차량용 AP인 ‘엑시노스 오토’와 차량용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 오토’를 선보였다.
◇ 70조 원, 너무 비싸다
업계에선 인포테인먼트와 MCU가 강점인 NXP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가 강점인 삼성전자의 결합이 각자의 약점은 채우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그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고 있다.
먼저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은 가전용 반도체보다 낮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는 업계 1위 NXP를 필두로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NXP의 2020년 총 매출은 86.1억 달러(9.5조)이며, 절반가량이 차량용 반도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의 지난해 총 매출은 72.9조 원에 달한다. 약 9조 원에 인수한 하만도 지난해 약 9.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NXP를 인수하려면 70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용 부회장이 영어의 몸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무리한 지출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공급 불안정, 올해 내로 해소될 가능성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지 않으리란 전망도 한몫한다. 이번 공급 불안정은 차량의 전동화와 전자화의 가속, 자율주행 기술 발전 등도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만들려던 것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가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이 차량 수요 감소를 예측, 다른 부분으로 제조 역량을 돌렸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수요가 회복되며 공급난이 발생한 것이다.
비대면 기조 확산에 따라 승용차 판매량이 증가했고,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보면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요를 확인한 만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3분기 이후 개선될 전망이다.
◇ MCU 아닌 AP, RF, 센서, 파운드리 중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전망이 밝기에 NXP 인수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IHS 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6년 676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태티스타 역시 해당 시장이 2040년 1,750억 달러(약 19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레벨3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기반한다. 현재 시판 차량에는 2~3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앞으로 상용화될 레벨3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능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미 AP, RF, 이미지 센서 등의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 중 텔레칩스, 실리콘웍스, 어보브반도체 등이 차량용 MCU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마저 해당 시장에 뛰어들 당위성은 낮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 자립을 원하는 미국, EU 등의 국가들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현지에 파운드리를 건설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