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가스인 네온, 제논, 크립톤, 헬륨 등의 공급 불안 가능성이 고조되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크립톤·제논 공급중단·가격폭등 예상
내년 스페이스X 입찰예정, 희귀가스 글로벌 공급난 전망
생산국들 자체 소비, 韓 러·우크라이나 의존도 증가 지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가스인 네온, 제논, 크립톤, 헬륨 등의 공급 불안 가능성이 고조되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협을 받는다면 군사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국방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연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 때문에 동유럽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적인 특수가스인 크립톤(Kr), 네온(Ne), 제논(Xe) 등 희귀가스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 3D낸드는 평면(2D) 낸드의 회로를 수십 개의 단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각 층을 하나로 잇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뚫는 에칭(etching) 공정이 필요하다.
이때 크립톤 및 제논은 에칭가스를 깊은 구멍에 넣기 위한 보조 추진가스(Momentum Gas)로 사용된다.
일본 도시바메모리(현재 키오시아)가 이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처음에는 제논을 사용했으나 값이 너무 비싸 포기하고, 최근 크립톤으로 교체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제논을 사용하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고, 크립톤을 사용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오시아, 마이크론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제논과 크립톤의 경우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사용량이 가장 높으며, 수입의 대부분을 반도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희귀가스 공급사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원하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할 정도로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크립톤 수입량은 지난 2015년 6,890㎏에서 2016년 1만7,021㎏, 2017년 1만5,996㎏, 2018년 1만2,977㎏, 2019년 3만2,653㎏, 2020년 6만9,476㎏, 2021년 9만1,509㎏으로 지속 증가해 왔다.
크립톤의 경우 수입국가별로 2021년 11월 현재 우크라이나가 올해 누적 수입중량 2만2,299㎏으로 3위, 러시아가 9,012㎏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21㎏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만9,618㎏, 2021년에는 2만2,299㎏으로 수입량이 대폭 늘었다.
러시아는 2019년 8,094㎏, 2020년 1만7,461㎏, 2021년 9,012㎏을 기록했다.
제논 수입량도 2015년 3,370㎏에서 2016년 6,539㎏, 2017년 1만1,783㎏, 2018년 1만7,910㎏, 2019년 1만8,733㎏, 2020년 2만5,976㎏, 2021년 2만6,605㎏으로 지속 증가해왔다.
제논의 경우 수입국가별로 2021년 11월 현재 러시아가 올해 누적 수입중량 5,359㎏으로 3위, 우크라이나가 3,480㎏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018년 5,180㎏, 2019년 5,729㎏, 2020년 6,350㎏, 2021년 5,359㎏의 제논을 수입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8년 1,125㎏, 2019년 1,169㎏, 2020년 4,134㎏, 2021년 3,480㎏의 제논을 수입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의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제논 및 크립톤의 생산 국가가 몇몇 국가로 한정돼 있으며, 미국 및 서유럽 국가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자체 소비가 늘어나며 국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용 물량보다 우주용 물량이 국가적으로 우선시되며, 반도체용 공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2022년 초에는 스페이스X에 사용될 희귀가스 입찰이 예정돼 있는데, 제논과 크립톤을 합해 약 5천만리터 이상의 물량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스페이스X 입찰물량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량이 줄어들어 반도체 업계에 타격이 되는 물량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용 특수가스 공급사들의 경우 내년 공급물량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공급사들의 경우 제논 및 크립톤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거뒀는데, 이에 반해 구입 가격도 상당히 증가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크립톤을 사용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도 최근 크립톤 사용량을 늘려가고 있어 내년 크립톤 공급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군사분쟁과 관련한 반도체 메이커들의 희귀가스 구매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특수가스 공급사들은 내년 물량 공급과 함께 물량 부족을 대비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희귀가스가 현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 물량 부족을 넘어 공급 중단 사태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