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는 AI 학습을 통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램브란트의 그림을 학습해 동일한 화풍의 AI 생성물을 만들어냈다. 일각에선 이것은 표절이고 재현일 뿐 창작이 아니라고 말한다.
▲AI그림생성 사이트 미드저니(midjourney)를 통해 본 기자가 직접 지시해 생성한 그림. 지시어는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A world domin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이미지 - www.midjourney.com)
日 선도적 저작권법에 머신러닝 산업 기반 앞장
韓, 영리 개발 여건 불분명, 법안 개정은 하세월
“단순지시 저작권 No”…창작자 권익 보호 목소리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는 AI 학습을 통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램브란트의 그림을 학습해 동일한 화풍의 AI 생성물을 만들어냈다. 일각에선 이것은 표절이고 재현일 뿐 창작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딥러닝 및 머신러닝 등 AI 기술을 활용한 그림 생성 어플리케이션이 활발하게 개발되며 프로토 타입 등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에 일러스트레이터 산업 생태계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상업적 이용에 관한 저작권법 문제가 표면화될 전망이다.
■ 日 머신러닝의 천국, 과감한 저작권법 개혁 과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본 문화청이 공동 주최한 제14회 한·일 저작권 포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은 차세대 산업으로 손꼽히며 첨단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은 저작권법에 강력한 개방·개혁 움직임을 보이며 전세계 저작권법 가운데 가장 디지털·인공지능 친화적인 규제철폐를 과시했다.
지난 14일 제14회 한·일 저작권 포럼이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본 문화청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에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일본 저작권 정책’이라는 주제로 머신러닝(ML) 산업 환경 구축에 기반이 된 저작권법 개정과 쟁점, 전세계 동향에 대한 내용들이 공유됐다.
우에노 타츠히로 일본 와세대대학 법학학술원 교수는 이날 포럼의 발제자로 참석해 ‘AI·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면책 규정 운영 경과’에 대해 발표했는데, 일본이 선제적인 저작권법 정비를 통해 머신러닝의 천국이 된 것과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일본은 앞서 2009년 도입되고 2018년 개정·확대된 권리제한규정으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 및 AI 개발에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규정 가졌다. 2018년 개정된 일본의 저작권법 30조 4항 제2호를 보면 ‘감정을 스스로 향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향유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했을 때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과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과 같은 정보분석의 이용은 자신 및 제3자가 ‘향유하는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다만 단서조항으로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만 이용을 불허한다고 규정했다.
우에노 교수는 “이 규정을 통해 다양한 기계학습이 가능하며 많은 저작물을 학습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모델링과 대량 문서를 학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등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하다”고 예시를 들었다.
일본의 규정대로라면 미래에는 AI 머신러닝, 딥러닝 등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색도 가능하다.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트위터 등 SNS 텍스트를 분석해 일주일 후 유행할 아이템에 대한 예측, 트렌드 이슈 리포팅 등이 가능해진다. 더 먼 미래에는 의학논문을 학습시켜 AI 신약 레시피 개발도 가능할지 모른다. 우에노 교수는 이와 같은 비전을 언급하며 기계학습에서 저작물 이용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에노 타츠히로 일본 와세대대학 법학학술원 교수
■ 韓 머신러닝 관련 저작권법, 몇 년째 개정 논의만
한국은 AI 및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을 위한 저작권법 논의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개정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에는 학습을 위한 데이터 세트가 필요한데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 예컨대 특정 작가들의 그림이나 텍스트를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학습시키는 게 저작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다. 이에 관련 서비스의 상업적 이용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에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발의된 전부 개정안(도종환 의원 대표발의)이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최근 발의된 일부 개정안이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이용호 의원 등 14인은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대량의 정보 분석 기술과 관련된 저작권 규제 완화를 모색했다. 기계학습 시 저작권 침해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자의 권익 보호와 더불어 AI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규정인 셈이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은 데이터를 머신러닝 등에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며, 다만 복제바지 조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데이터는 교육·조사·연구 등 비상업적 목적과 저작물의 창작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의 정보분석 저작권 정책과 달리 일본의 경우 머신러닝의 천국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매운맛’ 개방성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은 정보분석에 있어서 영리·비영리 제한이 없으며 ‘옵트아웃(Opt-Out)’조차 불가해 저작권자가 정보 수집을 거부한 데이터조차도 사용이 가능하다. 데이터 접근에 대한 적법 접근 요건이 없어서 불법사이트 등에서 취득한 콘텐츠조차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규정이 가능한 것은 저작물 데이터들을 해석해 새로운 AI생성물을 만들어낸 것은 원저작물에 대한 향유뿐 아니라 이익 침해로도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에노 교수는 “정보분석은 ‘정보’ 그 자체의 이용이 아니다”라며 머신러닝을 위한 저작권 개방을 옹호했다.
■ “창작자의 몰락” vs “창작 도구의 변화”
▲창작도구의 발전은 그림 물감과 카메라를 넘어 컴퓨터 그리고 인공지능에까지 이르렀다.
이날 포럼에서는 AI창작 애플리케이션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이 창작자의 의욕 저하와 몰락을 가져올 것인지 우려하는 발언과 그림에서 카메라로 변화하는 시기처럼 그저 창작 도구의 패러다임 전환기로 보는 시각 등이 교차됐다.
아소 츠카사 일본 규슈대학 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 준교수는 AI창작물 권리 보호에 대한 발표를 통해 “AI생성물은 저작권에 있어서 사상·감정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호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미 일본은 AI생성물에 대해 창작자와 권리자의 권리 논의로 앞서가고 있으며 AI생성물 보호와 입법론에 입각해 △권리주체 △저작자 허위 표시 문제 △AI생성물과 학습시킨 원 저작물 간 저작권 침해 관계를 따지기 위한 의거성 문제 등을 논의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권리주체와 관련해 아소 교수는 “그림을 그리라는 1줄 지시나 이용자가 그림 생성 버튼을 클릭하는 정도로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며 구체화된 지시어, 추가적 작업을 통한 창작 인정이 필요하며 더불어 AI 프로그램 제작자가 권리주체가 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질의응답에서 한 패널은 “그림의 시대에서 사진의 시대로 넘어간 것처럼 AI는 그저 도구이며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권리를 줘야 한다”고 발언하며 AI생성물에 관여한 창작자에 대한 권리 인정을 옹호했다.
반면 또 다른 패널은 “AI생성물 유통과정에서 창작자들이 산업의 하위자로 위치하게 된다면 인간 정신의 황폐화, 창작 과정 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기계적 창작물의 난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AI기술 발전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보호와 산업 기반 형성 간 속도 조절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진전 과정을 보았을 때 향후 국내는 △머신러닝 데이터 제공자의 저작권 인센티브제 마련 △인공지능 생성물의 복제 및 보호에 대한 권리 규정 등이 쟁점 사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