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주요 생산 기업들이 감산과 신규 투자 축소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겨울이 반도체 산업의 보릿고개로 점쳐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2023년 상반기가 수요 회복과 수급 개선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생산·투자 축소 발표
D램·낸드 1Q23 최저점, 하반기 수급개선 예상
반도체 산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주요 생산 기업들이 감산과 신규 투자 축소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겨울이 반도체 산업의 보릿고개로 점쳐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2023년 상반기가 수요 회복과 수급 개선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주요 반도체 제조사, 공급·투자 축소
▲SK하이닉스 D램·낸드플래시 출하량 및 평균판매단가(ASP) 추이와 전망(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2023년 경제,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한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박유악 연구원의 반도체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률이 올 하반기 20%에 달할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2023년 전망치에서도 전년대비 ASP 하락율이 D램은 28%, 낸드는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전망과 맞물려 반도체 제조사들도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으로 SK하이닉스는 2023년 투자를 5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케파 투자 이외에 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 라인업에서 생산량도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맞서 일정 부분 투자 축소와 감산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이러한 투자 감축이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2009년 업계 시설 투자 축소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론(Micron)도 2023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웨이퍼 투입량을 올해 6~8월 수준 대비 20% 줄이겠고 발표하며 적체된 재고 해소에 나섰다. 지난 9월 30%가량 설비투자 감축을 발표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투자 감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키옥시아(Kioxia)도 10월부터 일본 요카이치와 키타카미 팹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30%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만이 투자 축소와 감산 정책을 거부하고 나홀로 생산 유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치 않으며 단기적인 수급 균형을 위한 감산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D램·낸드 연말연초 보릿고개, 내년 상반기 기점 턴어라운드
D램과 낸드플래시 다운사이클이 2023년도 1분기에 최저점으로 내려앉은 후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더해진 재고 조정 여파가 연말연초를 지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PC 및 서버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재고 조정 후 수요 및 매출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반도체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 수요 전망치 업데이트에서 2022년 4분기 재고 정상화 이후 2023년 경기 안정화 시 탄력적인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은 견조한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비 중저가 제품 판매가 지속적으로 부진하며 유통 채널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진행 중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까지 재고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나 연말이 될수록 점차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재고 조정의 끝은 2023년 1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은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며, PC D램의 재고도 2023년 1분기를 기점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서버 D램 수요는 2022년 4분기와 2023년 1분기 일시적 감소세 진입을 전망했다. 부품 공급 부족 해소에 따른 오버부킹 물량이 감소하며 서버 ODM들에서 재고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할 때 D램 수급은 연말연초 하락 후 반등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장 수요가 개선되는 것이 가시적으로 관측된 이후에나 제조사들은 장비 셋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셋업 후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리드타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시장에 출하량이 증가하는 시기는 2023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 추이 및 전망과 웨이퍼 투입 추이(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낸드 플래시의 경우는 예상보다 급격한 하락을 보인 만큼 변곡점이 도래하는 시점 또한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 평균 가격 추이를 보면 현금원가(Cash Cost)에 근접하고 있어 2023년 2분기까지 감산이 예상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2023년 2분기에도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다면 128L 1Tb 제품의 감산까지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가격 하락세 감안 시 낸드 공급 업체들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지만 D램과 마찬가지로 2023년 2분기를 기점으로 가격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좋지 않더라도 공급을 줄여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해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며 “감산을 시작해 실제 공급이 감소하기까지는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돼 수급이 개선되는 시점은 2023년 2분기로 점쳐지며 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